#1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A씨(26)는 이번 명절에 본가를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족들의 얼굴을 본다면 좋겠지만, 가족들로부터 취업과 관계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기도 해서다. 아무래도 졸업을 앞두고 있다 보니 나오는 말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달갑지도 않다. 취업이라는 화제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취업한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움츠러들게 한다. 비교당하면서 자꾸 자존감이 깎이는 기분을 느끼다보니 이제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푹 꺾였다. A씨는 계속 이런 이야기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대학원에 진학하는 편이 나을까? 하는 고민도 든다.

#2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B씨(25)는 이번 설에도 계속 될 친척들의 방문이 마냥 달갑지 않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탓에 친척들이 오더라도 도망칠 수 없어서다. 이럴 때면 차라리 자취 중인 친구들이 부럽다. 자취를 했으면 못 온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설에도 꼼짝없이 친척들에게 붙잡혀 잔소리 들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말하는 사람들이야 한 마디씩 얹는 것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은 소리도 몇 번씩 들으니 부담이 크다.

만족 최고의 명절 설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지만, 20·30대 취업 준비생들에게 ‘즐거운 설 풍경’이라는 말은 마냥 멀게 느껴진다.

친척들로부터 듣게 될 잔소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 뒤처진다는 불안감이나 끊기게 될 공부의 흐름 등도 명절 집에서 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이유다.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께 전주 시내 한 도서관 열람실은 늦은 시간임에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로 반 넘게 차있었다. 소설 등 도서를 읽는 사람들보다 문제집을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등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박모(27)씨는 “요즘 유독 도서관에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위기다보니 명절이라고 나만 놀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설에도 얼굴만 잠깐 비치고 공부를 하러 갈 예정”이라며 “취업률이 올라갔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올 추석에는 ‘취직이 안 되면 시집이나 가라’는 소리를 안 듣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청년층 실업률은 7.3%로 전년동월대비 1.3%p 하락했고, 취업자는 2712만3000명으로 전년대비 30만1000명(1.1%) 증가했다./김수현수습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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