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정규직으로 시작하는 애들은 어차피 잘 없잖아요. 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1년만 버티고 그만둘 거라는 이야기도 자주 하죠. 진짜 딱 1년만 하고 관둔다고.”

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설에도 또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일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자리를 피하거나 화제를 돌리곤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조교면 으레 교수를 생각하고 있거나 학교에 근무하게 될 줄 알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푸념이다.

취직을 했다고는 해도 조교는 어디까지나 곧 떠날 자리다.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곳도 많지 않으니 웬만하면 1년만 채우고 그만두라’는 이야기도 대학 조교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B씨(26)도 사정은 비슷하다.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학생 때 다녔던 학원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B씨는 “연초부터 ‘독립은 언제 할 거냐’는 이야기를 듣고 심란해졌다”며 “급여는 둘째 치고 일을 그만두면 언제 다시 취업이 될지도 막막해 섣부르게 언제 독립하겠노라 큰소리를 칠 수도 없다. 비슷한 일 하는 친구들과 있으면 돈 조금 더 주고 조금 긴 시간 나가는 아르바이트 같다는 이야기도 가끔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비정규직, 개중에서도 어느 정도 기간이 있는 계약직 등으로 취업한 청년들은 모처럼의 명절에도 마음을 놓기가 어렵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더불어 일단 조금이나마 돈을 벌면서 다음을 준비하자는 심산으로 선택한 것이지만, 막상 거기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는 것.

A씨 등도 주변에서 하는 말마따나 ‘번듯한 일자리’를 빨리 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취업만 준비하는데도 취직이 어렵다는 이야기나, 20대 비정규직 비율이 늘었다는 소식 등도 불안을 더하는 요소다.

A씨는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면 그대로 된다는 보장이라도 있었다면 안심이 좀 되었을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아 불안하다”며 “이게 경력으로 들어가면 모르겠는데, 일부 직종을 빼면 경력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어 이러고 있으면 가끔 시간을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2018년 32.3%에서 2019년 38.3%로 증가했다./김수현수습기자·ryud2034@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