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붓집 양철 간판을 돌아보지도 않고 너는 집을 떠났겠다/눌러야 단단해지는 것이 어디 두부뿐이랴/나는 해변 비탈의 콩밭 칠백 평으로 남아 있다/콩을 품고 있던 콩깍지의 빈방에 두부가 끓고 있다”(안도현 ‘울진 두붓집’ 부분)
  메주, 된장, 청국장, 간장, 두부, 콩나물, 콩알, 콩자반. 모두 ‘콩’으로 만든 음식이다. 우리음식문화를 거론하면서 빠트릴 수 없는 콩을 시인들이 작품으로 기록했다.
  지역 음식을 소재로 문인들이 엮은 지역음식시학총서 1권 <밤새 콩알이 굴러다녔지>(경북 울진편·걷는 사람)가 출간됐다.
  지역음식시학총서는 ‘소월과 백석부터 영랑과 그 후의 수많은 시인들이 방언과 모국어를 갈고 닦았고’ 그 땅에서 나는 음식을 소재로 시를 썼듯이, 오늘을 사는 시인들이 지역의 음식과 역사를 ‘시’로 남겨 그 명맥을 잇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편으로 32명의 시인들이 경북 울진 지역에서 나는 콩과 음식, 문화유적지를 바탕으로 시집을 엮었다.
  시인들은 ‘콩알만 하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 ‘단짝 콩’ 같은 다양한 언어적 특징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
  시집을 엮은 안도현 시인은 “음식을 만들던 노인들이 돌아가시면서 이제 그분들이 만들었던 음식 맛을 아무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 음식에 우리의 문화의 총량이 들어 있지만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만 좇으려 할 뿐입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번 시집이 갖는 의의를 강조했다.
  한 명의 노인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가 가진 문화유산 전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들은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그 뿌리를 잃지 않고 유구한 정신사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써 나갔다.  
  이번 시집에는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신, 유강희, 이병초 시인 등이 참여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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