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가족들의 정 느끼고 갑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을 맞아 버스 터미널을 찾은 사람들이 서로 작별 인사를 건네며 아쉬움을 달랬다.

27일 오전 전주고속버스터미널과 전주시외버스터미널은 설 연휴가 끝나 돌아가는 사람들과 배웅에 나선 일행들로 북적였다.

터미널 대기실로 모여드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바깥에 잠시 차를 멈추고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보이는 한편, 아쉬움을 이기지 못하고 대기실까지 찾아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버스 출발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도착한 일행의 경우 미처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서둘러 귀성객을 태워 보내기도 했다.

서로 손에 크고 작은 짐 꾸러미를 나눠 든 사람들은 버스가 오는 시간까지 잠시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더 챙겨가야 하지 않겠냐”며 새로이 꺼낸 물건들을 사이에 둔 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터미널 안 가게들을 흘끔거리며 “뭐라도 사다줄까”, “뭐 하나라도 더 먹지 않겠느냐” 묻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뭐 빠트린 건 없지?” “우산은 챙겼니?” “집에 들어가면 꼭 연락하고” 같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하늘을 꽉 메운 구름과 띄엄띄엄 내리는 비도 남는 이들의 걱정을 한 겹 더했다.

터미널 바깥 버스 승차장의 모습도 안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걸음 물러나서 일행을 향해 연신 말을 거는 사람, 먼저 가족을 태우고 버스 자리가 어디인지 가늠해보는 사람, 고개를 주억이며 몇 번이고 창문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 버스가 터미널을 나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 등 배웅 나온 이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좀처럼 아쉬운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일이 아쉬운 것은 비단 고향에 남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버스 승객들 역시 버스에 오르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거나, 창문 너머로 전화를 받는 시늉을 하며 연락하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또 상대방에 맞추어 연신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는 등 승차장에 남은 사람들에게서 쉽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나왔다는 A씨(23)는 “원래 어제나 설 당일에 일찍 들어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잡으셔가지고 출발 일정을 미뤘다”며 “그래도 오전 중에는 들어가야 자취방에서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룬 일정인데도 아쉬워하셔서 저도 마음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김수현수습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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