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매매업소 건물에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노송늬우스박물관’이 지난 31일 문을 열었다.
  1950년대 당시 전주역(현 전주시청) 뒤편에 형성된 선미촌은 몇 년전까지 많은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을 하던 곳이었다.
  선미촌은 절멸과 생존, 환락이 뒤엉켜 공존하는 곳으로 지금까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해왔다. 성적 착취 및 폭력의 암울함을 머금은 곳, 드러내고 싶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현장이 바로 선미촌이다.
  선미촌 한복판에 ‘노송늬우스박물관’이 들어선 것은 ‘집창촌이 문화예술을 통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송늬우스박물관’은 노송동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재생한 마을사 박물관이다. 시간의 흔적과 역사성이 스며있는 곳, 노송동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오랫동안 지역주민과 단절되어 왕래가 어려웠던 성매매 영업장소에서 박물관 개관이 이루어진 것은 노송동의 역사에 남을 하나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노송늬우스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었다.
  1층은 주민들의 전용 전시공간인 ‘무랑 갤러리’와 문화 사랑방, 사무공간으로 구성됐다. ‘무랑갤러리’는 노송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전시 공간, 6인의 주민예술가들의 작품(사진, 아코디언 연주곡, 분재, 초상화캐릭터, 수석, 압화, 드라이 플라워)이 전시되고 있다.
  2층은 과거 성매매 영업을 했던 13개의 방을 모두 갤러리로 구성했다.
  방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그 위에 작품을 설치하였다. 조형 예술가 6명의 방, 노송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아카이빙한 ‘노송늬우스21’, 현재 노송동의 모습을 신문 형식으로 만든 ‘노송늬우스’, 전주동초등학생과 신일중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동네그리기’와 ‘마을 희망메시지’를 담은 방, 주민들의 얼굴과 주민들의 인터뷰 영상과 아카이브를 담은 방 등으로 구성됐다.
  강현덕의‘1900번째의 빛’은 노송동 흔적 조각들(현장수집)을 활용한 설치작품이며 정인수의 ‘노송동 스케치’는 노송동의 일상을 캔버스에 펜을 사용하여 그렸다. ‘1004마을 사람들’은 100여명의 노송 주민 사람들의 얼굴을 예전 우표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주민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세월의 흔적과 인생의 희로애락의 잔재를 통해 노송동의 역사와 삶을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신일중학교 학생들은‘우리 동네(노송동)’을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성하였고, 이 메시지들을 목판에 새긴 후 채색을 하여 벽면에 부착했다. 노송동의 미래를 만들어갈 학생들의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변해갈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고 이러한 기록은 학생들에겐 타임캡슐로 남아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또 박물관에는 한국 서정시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신석정 시인을 기리는 공간도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신석정 시인은 전주상업고등학교(전주제일고) 교사 재직 시절 거주하던 비사벌 초사가 현존해 있어 노송동과 인연이 깊다. 시인은 노송동 비사벌초사에서 3시집 ‘빙하’, 4시집 ‘산의 서곡’, 5시집 ‘대바람 소리’ 6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유고 수필집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리면’,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을 집필했다.
  콘텐츠 구성을 위해 지역주민, 예술가,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노송늬우스박물관’은 노송동 지역주민들의 다채로운 인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사는 집(House)이 있고, 마을의 다양한 데이터가 압축되어 보관된 집(ZIP)이 존재한다.
  ‘노송늬우스박물관’은 집집마다 존재하는 노송마을의 고유한 이야기와 다양한 콘텐츠를 테마로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창생을 통해 노송동 마을과 선미촌의 분절됨을 잇는 허브 역할을 수행해, 노송동의 새로운 역사가 기대된다.
  김해곤 감독은 “박물관은 과거의 어두웠던 공간에서 노송동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새롭게 조명하여 밝은 세상을 구현하고 잊지 말아야 될 공간의 기억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인해 승화되고, 지역주민이 이곳의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며 “지역 작가들과 함께 공간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채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노력했고 노송동의 아픈 과거를 예술로 승화해 표현한 문화재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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