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큰 기세와 아름다움을 옮겨 그리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월 ‘북한산전’을 통해 ‘600여년을 서울과 함께 한 역사적인 실체로서의 산에 대한 헌사’를 보낸 김석환이 올해는 ‘북한산과 한양도성전’을 갖는다.
  김석환의 17번째 개인전 ‘북한산과 한양도성전’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 서울관에서 5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김석환이 북한산과 한양도성을 주제로 정하게 된 것은 현대식 건물로 빼곡하게 들어차 그 전모를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수지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미가 있다. 고층 건물에 빼앗겨버린 한양도성의 옛 모습은 여전히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다. 늘 이런 안타까움에 가슴앓이를 하던 작가는 북한산 등반을 하면서 건축가의 관점에서 수려한 산의 아름다움과 거기에 둘러쳐진 도성, 그리고 조선의 궁궐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붓을 들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건축가의 시각이라고는 하지만 개성적인 수묵산수화로서도 흠 잡을 곳이 없다. 흰 종이 위에 실제로 보이는 사실, 즉 실상을 그대로 또박또박 옮겨놓는 실사기법은 영락없는 건축가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형태를 결구해나가는 기법이나 필치는 수묵화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의 작품 대다수는 선만을 이용하여 그리기에 백묘화로서의 성격이 명확하다. 특히 궁궐을 소재로 한 작품은 펜을 사용하는데, 그 견고하고 명료한 형태 감각은 건축가로서의 이미지에 합당하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실사, 즉 실재하는 물상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시각이 담긴 회화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따라서 점묘법에 근사한 무수한 태점으로 산을 형용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붓펜을 뉘어 사용함으로써 힘차고 굵직한 선이 갈필효과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수묵담채라고 할 수 있는 선염기법을 적용하는 작품이 보이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찾아 눈과 비,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며 현장에서 직접 유려한 필치로 묘사하여 그린 북한산과 한양도성의 그림들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생각과 그 아름다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전주 출생 김석환은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디자인올림픽 건축작품전, UIA세계건축가대회 건축작품전 등 다수의 기획‧초대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94년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1990~1997 르 꼬르뷔지에의 생애와 건축 기행,  1999년 건축문화의 해 초대작가 및 서울시 MP, 서울산업대, 광주대, 삼육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