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국민연금공단
 
 
90년대생이 온다. 철부지라 여겼던 그들이 30대가 되면서 직장에서는 신입사원으로, 가정에서는 사위와 며느리로, 시장에서는 주요 소비층으로 다가오고 있다. 90년대생의 등장은 우리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본 그들은 기성세대와 사고방식이 다르다.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순응하지 않고 잘못되었음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갑질하고 충고하고 무시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칭하며 거부하고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인 순종을 요구하는 한 갈등은 해소되기 어렵다.
 ‘어머님. 이번 설엔 친정 갈께요.’ 설날 전 날 어느 신문기사의 첫 구절이다. 지난 연말 결혼한 신혼부부가 설날에 어디로 갈 것인가 다투었다. 남편은 시댁에 갔다가 일찍 처가로 가길 원하고, 부인은 설날 아침을 친정에서 맞이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결혼 전에 명절날 일방적으로 시댁이나 친정으로 가지 않고 상의해서 결정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결국 부부는 부인의 친정으로 가기로 결론을 내리고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전통적인 시어머니의 눈에는 명절날 시댁에 오지 않고 친정으로 가는 며느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며느리를 버릇이 없다고 볼 게 아니라 이제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부터 ‘90년대생이 온다’ 라는 책을 읽고 있다. 90년대생의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나는 90년대생 아이를 두 명이나 둔 아버지이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열심히 읽고 있다. 이 책에서 90년대생은 문자 하나도 간단하게 한글의 초성만 사용하는 있으며 진지하거나 완벽한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즐거움과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지금까지 우리는 부모나 직장상사를 보면서 관습과 체험을 통해 학습해 왔다. 명절날 시댁에 가는 것이, 상사나 부모님의 다소 불합리한 명령에도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학습해 왔다. 시어머니의 역할은 며느리이었을 때 시어머니를 보고 배웠다. 또한 부모가 조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상사에게 부하직원이 복종하는 것을 보면서 자식과 직장인의 역할을 익혔다. 그러나 90년대생은 다르다. 그들의 학습 도구로 부모나 선배 세대에서 본 관습이나 체험보다는 인터넷을 많이 활용한다. 어떤 내용이라도 인터넷에 조회만 하면 몇 초 만에 사실을 확인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다. 90년대생은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성장해 왔으니 기성 제도와 관습에 반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직장인의 기본 태도였다. 나 역시 신입 사원 때 최소한 30분 전에는 근무를 시작했고 일이 끝나지 않으면 밤늦게까지 앉아 있곤 했다. 그러나 90년대생은 이러한 기존질서에 순응하지 않는다. 근로계약에 적힌 근무시간에  출퇴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 생각한다. 만약 90년대생에게 출근을 30분 전까지 요구하면 그에 맞는 수당을 달라고 할 것이다.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90년대생을 보면서 너무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눈으로 보면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
 그런 탓인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도 바뀌었다. 봉급을 많이 주는 대기업보다 봉급은 적지만 삶의 질이 높은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인기가 높다.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취업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90년대생 큰아이에게 이번 설날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기분이 나쁘지 않게 농담처럼 이야기를 꺼냈는데 결국 꼰대라는 핀잔만 들었다. 나이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결혼 얘기냐는 것이다. 아이가 서른이 넘어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데, 당사자는 관심이 없다. 부모 입장에서 결혼 적령기가 되었으니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데 이런 생각조차 꼰대라고 하니 시대가 바뀌긴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롭게 우리사회에 진출하는 90년대생과의 공존이다. 지위나 서열이 높다는 이유로 우격다짐보다 90년대생이 왜 그럴까,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여 이해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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