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임금이 안 나와서 문제가 생기면 애들 좀 부탁해요”

지난 4일 군산에서 한 가장이자 노동자인 A씨(45)가 여든이 넘은 노모에게 이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자신의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A씨의 동료 B씨(50)는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수개월째 밀린 임금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전주시 진북동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B씨는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지난달까지 3달간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면서 “자녀 3명의 양육비와 노부모의 생활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써 많이 힘들어했다”고 털어놨다.

보령화력발전소 설비를 떠받치는 구조물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보령화력발전소의 발주를 받은 대기업의 2차 하청업체의 직원으로 4차 하청업체의 소속인 B씨와 김제의 한 공업단지에서 함께 작업했다.

B씨는 A씨와 이들에게 발생한 임금체불의 원인에 대해 “턴키방식의 계약에 1차에서 4차까지 이뤄지는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지면서 임금체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원청에서 중간 기성금 3억 1000만원을 지급했는데, 1억 상당이 밀린 4차 하청업체에게는 고작 1500만원밖에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턴키방식은 자재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하청업체가 부담하고, 물품을 납품할 경우 대금을 받는 형태의 계약이다.

이들 역시 모 대기업은 턴키방식으로 1차 하청을 주고, 인건비 등을 관리할 2차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2차 하청업체는 인력중개소인 3차 하청업체를 통해 개인사업자인 4차 하청업체에게 재하청을 줬다.

이 같은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당초 지난해 12월 말까지 계획됐던 작업이 현재까지 진행됨에 따라 대금지급 지연은 물론 임금체불도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B씨는 “A씨가 설 연휴에 사장에게 ‘줄 돈이 없다’는 말을 듣고, 연휴가 끝난 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동부를 찾았지만 별다른 도룸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절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임금체불에 관련해 피해 노동자들을 도와 진정에 나설 계획이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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