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상의 이치가 다 여기에 맞지는 않는다. 아무리 지나쳐도 모자라게만 느껴지는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다. 지금 당장의 이득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조그마한 헛점이 미래의 어느 날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나도 다른 누군가처럼 직장을 다니고, 가족 또는 친구들과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 오락을 즐긴다. 단지 당신의 일상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소방관이라는 점이다. 건축물을 출입할 때는 가능한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공간은 피하고, 부득이하면 먼저 비상구와 피난동선을 살핀다.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안전에 대한 기초적인 소방시설이 미흡하다. 건축 당시 적법하게 소방시설이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해마다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화재 발생과 인적·물적 피해의 증가로 소방시설 적용법령 강화와 소방시설 소급입법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건축주와 점유자 등 관계인에게 크나큰 경제적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추진하는 소방공무원들은 관계인의 불이익을 고려하여 소급된 소방시설 완비를 위해 끊임없는 설득과 양해로 추진해왔다. 소급입법은 통상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공공의 이익이 큰 경우라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한가지 언급하자면, 건축물의 완화된 설치기준이 일정부분 소방시설의 설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층 이상 10층 이하의 특정소방대상물은 인명대피를 위한 소방시설인 완강기 설치대상이지만, 복도에 양방향으로 계단이 설치된 경우 설치제외 할 수 있다. 또한, 현행 5층이상 지하 2층에 설치하는 계단은 피난계단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내화구조·불연재료 건축물은 피난계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화·불연재료 건축물이라 하여도 안전을 위해 피난계단을 설치하면 안될까? 과연, 완강기가 피난계단을 설치한 것보다 대피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소방시설이라 할 수 있을까?

소방시설은 소화·경보·피난설비 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제 화재 시 소방시설 작동과는 별개로 연기에 의한 질식과 비상구 등 폐쇄, 피난 장애에 의한 사상자가 훨씬 많다. 지금까지 건축 관련부처로부터 화재에 대응한 법령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개정되어 왔지만 아직도 안전확보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할 수 있다. 안전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방시설의 소급입법 강화도 필요하지만, 2층 이상의 모든 건축물 외벽 및 내장재 불연화와 피난계단 설치 의무화 등 화재로부터의 인적·물적 피해요인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건축물의 구조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김종수 순창소방서 예방안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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