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오께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상행선 남원 사매 2터널에서 차량 수십 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5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고, 4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고 당시 CCTV에는 미끄러진 트레일러 등 차량 6∼7대가 터널 내 1·2차로에 뒤엉킨 모습이 포착됐고, 뒤따라온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넘어지며 순식간에 이들 차량을 덮치면서 큰 사고로 번졌다. 이후에도 빙판길에 의한 연쇄 추돌은 계속됐고, 터널 2차로를 달리던 또 다른 탱크로리와 트레일러 등이 잇달아 부딪히며 폭발하며 큰불이 나는 모습이 관찰된다.
현재까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폭설과 강풍, 영하의 날씨 등이 결합되면서 ‘블랙아이스’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 순간 수십분 전에 도로공사에서 제설작업을 했다지만, 미끄러지며 부딪치는 차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겨울철에 기온이 떨어질 때 눈 녹은 물이나 비가 얇은 얼음 층으로 바뀌는 블랙아이스 현상은 ‘도로의 암살자’로 여겨진다. 도로가 얼었는지 여부를 맨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을 치명적으로 높이기 때문이다. 빙판길은 눈길보다 6배 정도 미끄럽고, 사고 때 사망률이 4배 이상 높다는 통계보고도 있다.
이번 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은 탱크로리와 트레일러의 연쇄 추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해물질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은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사고가 나 혹시라도 유독물질 유출 등으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고가 난 사매 2터널은 사매2터널 710m로 관련법상 스프링클러이나 환기시설 설치 의무 대상 아니어서 초기진압의 어려움 등으로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겨울철 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감속 주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교통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겨울철 터널이나 교량을 통과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북지역에는 터널 204개(12만1,147m)와 교량 3,000개(25만8,360m)가 있다. 영상 기온이라 해도 교량이나 산기슭, 터널 입·출구 주변은 일반도로보다 기온이 섭씨 3도가량 낮아 얼음이 생길 수 있음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운전습관이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교통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관련법 개정을 통한 개설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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