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UN 산하 세계관광기구(WTO)는 2017년 9월 11~16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문화관광’(cultural tourism)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놨다. 문화관광은 방문객의 기본 동기가 관광 목적지에서 유형 또는 무형의 문화적 명소와 상품에 대해 학습, 발견, 체험, 소비하는데 있는 관광활동이다. 여기에서 문화적 명소와 상품이란 예술과 건축, 역사와 문화유산, 음식자산, 문학, 음악, 창조산업과 더불어 생활양식, 가치체계, 신념과 전통을 아우르는 생활문화가 배어있는 한 지역사회의 독특한 물질적, 지성적, 정신적, 감성적 특성의 복합체다.
  이미 서양에서는 1980~1990년대에 문화유산에 대한 각성과 해외 및 국내여행 성장세, 그리고 관광이 경제 활성화와 문화보존에 기여한다는 인식에 힘입어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게 됐다. 그러면서 문화관광 개념은 역사관광, 예술관광, 음식관광, 영화관광, 창의관광(creative tourism)으로 세분화되기도 했다. 시대 따라 문화관광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WTO는 2018년 회원 국가들과 문화관광 분야 국제전문가 및 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광과 문화의 시너지효과’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참여국가들 관광행정의 89 퍼센트가 문화관광이 관광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문화관광의 비중은 전체 45 퍼센트에 달하며 그 세분화된 수요의 시장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화관광의 소비형태도 일반 휴가활동의 일환인 일반관광과 방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려는 목적관광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에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문화로 싹트고 관광으로 꽃피는 전라북도’라는 비전과 ‘가장 한국적인 문화예술관광 실현’이라는 미션으로 2016년 4월 공식 출범했다. 전북은 광역자치단체들 중에는 심사숙고를 거듭해 후순위로 재단을 꾸리면서 문화와 관광을 아우르는 조직으로 탄생시켰다. 그러면서 초기부터 정체성에서 역할론까지 갑론을박의 지역정서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하기야 대부분 지자체가 문화재단을 기본으로 설립하는 추세에서 관광이라는 요소를 가미하다보니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었다. 순수예술과 생활예술 진흥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기관을 대중성과 사업성을 추구해야 하는 관광과 접목하는 것에 대한 이질감이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 측면에서 보는 관점과 달리 관광분야에서는 문화적 요소를 접목한 문화관광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전까지 문화와 관광을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했다면 시대는 문화와 관광을 융합시킨 개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은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정책 구도와 맞물려 시의적절한 방향성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래 새만금 시대를 내다보면 전략적으로 문화관광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에 부합한 기반 조성이 절실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문화와 관광을 별개의 사안이 아닌 통합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조직의 경영술과 다면적 인력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심층적인 문화관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이론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통상적인 문화재단에 단순히 관광의 특성을 덧붙였다 해서 명실상부한 문화관광재단의 효과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화관광을 목표로 공공조직을 설계하다보니 검토단계나 운영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문화나 관광의 각 분야별 전문가 인프라는 있지만 냉정히 말해 두 분야 모두를 망라하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전국에 몇 안 되는 부류에 속하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역량 구축을 위해 주도면밀한 전술과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대의명분을 감당해 내야할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최근 경영자 공모 과정에서 지역과 외지 인사냐를 두고 논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관광이 갈수록 중요시되는 시점에 좌정관천의 굴레에서 벗어나 창발적이며 거시적인 마인드세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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