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일 국민연금공단
 
 
매년 겨울이면 익숙한 기사를 접한다. 독감 예방접종에 관한 뉴스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독감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기에 예방주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A형 독감을 앓고 난 뒤부터 예방주사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여긴 일상의 소중함과 엄마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난 1월 내 몸에 손님이 찾아왔다. 허락도 없이 A형 독감이라는 손님이 내게 온 것이다.  한때, A형 독감이 유행하면서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전국을 시끄럽게 하는 때가 있었다. 지금은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개발되어 지나가는 독한 감기 정도로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A형 독감을 경험해보니 정말이지 고통스럽고 무서운 질병이다.
 처음에는 허리가 뻐근한 근육통이 있었다. 올해 초 직장에서 바뀐 업무 스트레스와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해 몸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통은 심해지고  몸에 오한까지 있었다. 며칠 지나자 누군가에 맞은 듯 근육통이 더욱 심해졌고, 아무리 따뜻한 곳에 있어도 몸을 오들오들 떨렸다. 약국의 약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손님의 이름이 A형 독감이라고 했다. 의사는 전염이 강하니 당분간 일을 쉬고 집에서도 가족과 접촉을 피하라고 했다. 그래서 직장에는 휴가를 내서 가족에서 알린 뒤 내 방에만 있었다.
 A형 독감을 겪어본 사람들의 말처럼 아주 지독했다. 평소 일이 힘들 때면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렇지만 집에서 쉬면서 고통스러운 것보다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몇 배 좋을 것 같다고 느꼈고, 새삼 일의 소중함을 알았다.
 가족들에는 A형 독감은 전염이 잘되니 절대 내방에 들어오게 못하게 했다. 나는 하루 종일 독한 약을 먹고 A형 독감 바이러스와 싸움을 하고 있었지만, 독한 바이러스라도 엄마를 이길 수 없었다. 엄마는 내가 누워 있는 동안 마스크를 끼고 수시로 내방을 들어오셨다.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열이 내렸는지 확인하느라 계속 내방에 오셨다. 감기에  좋다는 도라지 차까지 계속 챙겨주셨다.
 나는 평소 다른 형제들보다 엄마와 마찰이 잦았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이 절정이었다. 엄마는 내 취업이 생각처럼 되지 않자 답답하게 생각하고 안쓰럽게 보셨다. 더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도 많았다. 부모님께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 스스로에게도 잔소리하는 엄마에게도 화가 났다. 그럴 때면 엄마와 나는 서로 상처 주는 말을 하기도 했고, 외면하기도 했다. 취업을 하고 난 후에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내방 청소 등 사소한 다툼은 여전하다.
 엄마의 지극한 간병 덕분에 독감이 완쾌되었다. 일주일 동안 독감은 신체적으로 나를 힘들게 했지만, 엄마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였다. 또한 A형 독감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엄마는 요즘 나에게 이제는 어른이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되었다며 독립을 하라고 한다. 나를 보고 어른이라며 하시면서도 막상 아픈 자식을 보면 아직도 어린 아이로 보이시나보다. 독감을 앓아보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은 감히 비교할 수 없음을 알았다.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듣는 요즘 잔소리가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들린다. 내가 계획했던 독립은 당분간 미루어야겠다. 엄마의 사랑을 아직 더 느끼고 싶다. 
 며칠 간 겪은 독감은, 일상의 평화로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옆에 있는 가족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인지 다시 한 번 알게 해주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어제까지 일했던 일터와 동료의 걱정이 커지고, 가족들의 안부가 제일 중요해졌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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