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분야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지지체나 기관은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특성화해 많은 이들이 접하도록 박물관을 마련한다.

전북에도 지역이나 특정부문을 다루는 박물관이 여럿이나 유독 빈 구석이 있는데 바로 ‘교육’이다.

오랜 세월 쌓인 무언가가 곳곳에 남았지만 이를 한데 모아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이 부족한 게 사실.

전북교육은 어떤 과정과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이를 디딤돌 삼아 어디로 가야할지…전북도교육청이 전북교육박물관(가칭) 첫 발을 뗀다.

 

▲ 시작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3기 공약 중 하나로 교육박물관을 내세웠으나 실현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박물관을 세우려면 많은 비용, 시간, 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내실과 특색까지 갖춰야 해서다.

전북교육청은 설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019년 10월 TF팀을 구성했다. 도내 안팎 대학교수, 박물관 관계자, 교육 관계자 22명으로 이뤄진 TF팀은 전북에 교육박물관이 필요한지 살폈다.

그 결과 “박물관은 많을수록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익성과 상관없이 제대로 운영한다”는 전제조건과 함께.

문화기반시설인 만큼 문화예술을 향유토록 하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설립 추진계획을 세우고 올해 6월까지 4천 5백여만 원을 투입, 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 현황은

현재 정한 내용은 옛 군산초등학교에 제1종 전문박물관인 교육박물관을 빠르면 2023년 5월 개관한다는 거다.

옛 군산초를 장소 삼은 건 박물관 방향을 희미하게나마 추측케 한다. 학교는 근대문화도시인 군산 원도심에 자리한다.

건물 자체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등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근대문화유산 자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 특히 많은 사람들이 떠난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도 있다.

용역 결과가 상반기 나오면 내년 1년 간 설계를 거친 뒤 착공한다. 옛 군산초는 본관과 강당을 포함해 4동이며 건물 연면적은 7천 84㎡, 전체 부지는 1만 2천 858㎡ 규모다.

건물은 4동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개방적인 느낌을 살리도록 리모델링할 전망이다.

용역이 끝나야 방향과 주제를 뭘로 할 지, 이에 맞춰 건물과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교구, 교과서 등 박물관이 소장할 유물은 도교육청 기록연구사들이 꾸준히 모은 것으로 현재 풍남초에 보관하고 분류 작업 중이다.

 

▲ 뭘 담을까

TF팀 관계자들이 말한 대로 가장 큰 과제는 내실이다. 박물관이 갖출 내실이라면 전시일 텐데 교육을 매개로 지역성과 시대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다른 지역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육박물관은 3곳, 교육청 외 기관이 운영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모두 5곳이다.

전북처럼 시도교육청이 마련한 교육박물관은 대구, 한밭, 제주 3곳인데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대구교육박물관(2018년 6월)은 지역색을 살린 다양한 상설전과 기획전을 선보인다.

대한민국 특수교육 발상지를 모토로 주요인물과 보조공학기기를 설명하는가 하면 시대에 발맞춘 VR전시를 테마별 기획하고 과목별 이야기를 극대화한다.

근대문화도시에 자리할 전북교육박물관의 경우 개화기를 시작으로 근현대 시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전북에선 1919년 3.1운동 당시 학생들이 나섰다. 군산에선 영명학교, 멜본딘여학교, 알락 소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이 부분을 부각할 걸로 보인다.

가까이는 올해로 10년차인 전북혁신교육 과정과 성과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경기에서도 혁신교육을 해 왔지만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게 발전한 만큼 이를 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 현실화하기까지

교육박물관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전담인력을 설립 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뿐 아니라 개관 뒤에도 연속성을 가진단 이유에서다.

대구는 교육박물관이 문을 열기 2년 전인 2016년 8월 설립추진단을 구성했으며 당시 추진단장이 현 관장이다. 개발운영팀과 기획운영팀이 모두 25명이다.

전북의 경우 현재 2명이 담당하며 이들은 교육박물관과 다른 업무를 겸한다. 적어도 2021년에는 해당업무 전담인원을 확보해야 할 걸로 보인다.

현 교육감 임기가 끝난 뒤 완공할 예정인 만큼 교육감 임기와 상관없이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장자료를 십분 활용하는 기획력도 갖춰야 할 거다. 자료는 도교육청이 학교나 교육현장 혹은 기증으로 모은다.

종류에 있어 지역별 큰 차이가 없고 양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 이를 우리만의 주제로 참신하게 재배열해야 할 거다.

하나의 자료가 전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고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박물관을 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날 거다. 50년, 100년 미래를 보고 준비할 것”이라며 “이름도 새롭게 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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