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구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장
최근 몇 년 사이 창업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나 배달 전문 앱, 모바일 게임 등의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한 쿠팡, 배달의 민족과 같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들이 우리 창업생태계의 빠른 성장세를 잘 보여준다.
창업은 경제 활동의 생기를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창업 붐이 일었다. 우리나라도 1986년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정을 계기로 각종 창업지원사업이 시행 중이며, 문재인 정부는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을 국정운영 전략으로 삼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해 사업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그리고 공정 성장과 혁신성장의 중심에 창업생태계 조성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창업지원자금과 창업지원 시설 및 공간, 창업교육 등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많은 스타트업은 적자에 허덕이다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소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미국 등 선진국은 창업 촉진을 위해 창업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는 반면에 우리는 창업자나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 융자와 사업화 지원에 치중한다. 또 실패 위험이 높은 창업 특성을 고려해 선진국은 창업에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는 초기 창업에 대한 지원사업이 주를 이룬다. 창업 인프라와 재창업 도전 환경이 실패를 발판삼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이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그럼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나은 전북의 창업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풀고자 지난 12월, 우리 의회는 전북의 창업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보면 대학 창업보육센터를 비롯해 창조경제혁신센터, 경제통상진흥원 등 도내 다수의 창업지원기관이 존재하나, 전북의 창업생태계 비전을 제시하고 인프라를 구축할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창업기업의 실태를 파악해 수요자에 적합한 창업프로그램을 추진하기보다는 정부 주관의 또는 이를 모방한 지자체의 사업예산 집행에만 머물렀다.
정부와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가 미흡하다 보니 사업중복 등 낭비적 요소가 발견되었고, 전라북도 차원의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사업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부족했다.
도내 청년층의 경우 전국평균보다 창업도전이 활발했지만 대부분 음식점 및 소매업 등 생계형 업종에 치중해 애초 기대했던 지식형, 기술형 창업은 저조했다. 전형적인 레드오션에 해당하는 생계형서비스의 경우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으론 숙련기술이나 지식 보유자 중심의 기술창업에 깊은 관심이 필요하며, 대·중소기업 또는 연구기관 근무 경력의 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사회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앱을 개발한 대학생이 최근 청와대 정부부처 업무보고 자리에 초청받은 사례를 보면서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잡고 도약하는 기업은 과거에도 분명히 있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판교 창업기업을 전북으로 유치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본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수한 창업기업을 모셔오기도 힘든 판에 도내 예비창업자를 튼실한 창업기업으로 육성하기란 더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새 천년을 준비하는 전북이 혁신하려면 창업생태계 혁신이 먼저이다. 혁신 창업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첨병이기 때문이다. 전북이 글로벌 창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로운 창업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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