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권주 전주시 완산구청장
한 달 째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안녕’이라는 인사가 무색한 시기다. 우리가 인사말로 흔하게 쓰는 ‘안녕’이라는 말은 ‘편안할 안(安)’자와 ‘편안할 녕(寧)’자가 더해져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전염병이 돌면 한 고을이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던 시기 밤새 무탈하셨는지를 묻는 것이 ‘안녕’이라는 인사의 시초라는 말도 있으니 하루하루 습관적으로 해온 인사의 느낌이 새롭다. 때론 ‘혹여 나와 내 가족이 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결코 편안할 수만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자주 왕래하던 가족·친지·친구와의 만남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전화로 ‘안녕’이라는 안부를 묻는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전주한옥마을 등 여행지를 찾는 발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줄었다. 고객들로 붐비던 마트와 식당, 체육시설, 도서관 등은 발길이 줄거나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할 3월이 왔지만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학까지 모두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 주변도 적막함만 가득하다. 직장인들도 자택근무와 무급휴가 등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마주한다.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기 △사람을 만날 때 2m의 안전거리 유지하기 △손 씻기와 기침예절로 대표되는 기본 예방수칙 준수하기 등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마저 시작됐다. 일상의 익숙한 풍경이 아니어서 다소 불편하고 때론 경제적 어려움마저 닥쳐오지만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다.
 커다란 위기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사람과 사람의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은 가까워지고 더 따뜻해진다. 지난 4일 실시된 매주 수요일 ‘전주시 일제소독의 날’에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겠다는 마음으로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또 전주시 복지 담당부서와 각 동 주민센터에는 어려움과 고통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마스크와 생필품 등을 나누는 온정의 손길도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전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과 보건소,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따뜻한 도시락과 커피, 간식 등을 보내오는 시민들도 많다. 모두 한 마음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그 마음만은 차고도 넘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전주는 이 말처럼 어려울 때 더 가까이 다가와 ‘안녕’을 묻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진짜 친구 같은 착한시민들이 많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전주형 3대 상생실험인 △착한 임대운동 △착한 소비 △착한 소독도 나와 내 이웃, 착한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내가 수고스럽지만 이웃의 안녕을 생각해주는 친구가 되면, 내 이웃은 우리 모두의 안녕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꺼이 마음을 모은다. 그러한 마음들이 모이고 더해져 아무 탈 없고 편안한 ‘안녕’한 내일, 가장 인간적인 도시 ‘전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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