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 왔지만 코로나19에 묻힌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역대 최저 투표율에 후보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묻지 마 투표로 4·15총선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거나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총선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지가 동반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 역시 정책선거는 안중에도 없고 최근엔 비례위성 정당으로 인한 심각한 잡음까지 가세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에 심각한 시달림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피로도만을 가중 시키고 있다.
정치개혁의 시작이라며 요란을 떨며 우여곡절 끝에 소수정당의 대표성강화를 위해 도입 했다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이미 의미를 잃어 버렸다. 비례 위성정당의 꼼수가 가능해 지면서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정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끝에 한선교대표가 전격사퇴 하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통합당의 비례의석 싹쓸이를 방관할 수 없다며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창당을 앞두고 있지만 소수정당·시민단체와 심각한 갈등에 직면해 있다. 여야 모두 ‘도대체 연동형비례대표를 왜 도입했냐’는 비판에 명분도, 정치적 신뢰도 모두 잃은 채 정치적 반감만을 더하는 악수를 둔 것이다.
다가올 총선에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국민을 위한 정책선거를 놓고 대결하기는커녕 내부 분란만을 자초하는 이기적 행태에 선거자체를 외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건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여야 모두 정권욕에 눈이 멀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으면서도 ‘내 갈길 가겠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개혁과 쇄신을 통해 새로운 정치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면서 ‘내 사람 공천’이나 ‘개혁은 안정의석 확보 후’라는 정치적 욕심만이 총선 판을 장악하고 있으니 국민의 선택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나마 난장판 정치권 소식 많이 듣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냉소적인 말까지 나올까.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앙에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멀어진 틈을 타 ‘잠깐 욕먹으면 된다’는 위험한 판단에 유권자들의 외면이 더해지고 있다. 4년간 국정을 맡겨야 되는데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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