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 공동대표
 

봄비가 게인 부안 해창 장승벌을 걸어본다.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던 장승들 사이로 봄꽃이 피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4대 종단과 환경단체, 그리고 문화 예술인 등이 새만금 갯벌을 지켜내자는 염원을 담아 장승을 모신 갯벌 이였다. 50여 장승을 모신 이곳에서 기도하며 전국의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학생들의 환경교육장이 되었다. 2003년 3월28일에 출발하여 5월31일까지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펼쳐진 ‘갯벌 살려야 한다는 성직자들의 기도와 삼보일배’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장승벌은 새만금의 성지이다. 이 벌판에서 세계청소년들의 잔치가 열린다 하니 축복할 일이다.
  그런데 환경보전을 위한 역사적 성지가 진입도로를 위해 매립될 위기에 처해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이 스카우트의 이념으로 자연환경을 체험할 경이로운 공간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날의 기도의 염원을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다.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풍성하게 보존할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금년에 정부는 새만금에 담수와 해수유통사이에 정책적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수유통을 하자는 여론이 더욱 확산 되고 있음은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져가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도민들의 새만금의 수질을 지키기 위한 열망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4.15총선이 눈앞이고 여야를 떠나 새만금의 정치적 관심은 늘 뜨겁다. 정당이 위당까지 만들어 가며 멋진? 당명을 만들어 출정한 당만 51개 이니, 초유의 일이 생겼다. 이번에 출마한 분들을 고르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더욱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며 참여할 시민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당선된 승리자는 반드시 도민들을 위해 밥값하며 빈틈없이 봉사하길 바란다.
  요즘 정치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분들을 만나면 나는 꼭 이 법문을 소개한다. 바로 물의 덕(水德)에 관한 김대거 종사의 말씀이다. 『물은 어떠한 덕을 가지고 있는가? 물은 바로 무상(無相)의 덕을 가지고 있다. 더러운 것을 다 씻어 주되 한점의 상(相)이 없으며, 만물을 살려주는 생명의 원천이건만 공성신퇴(功成身退)를 한다. 중국의 한고조가 천하통일을 이룬 후 건국공신인 장량(張良)에게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할 때, 제일 먼저 장량에게 물으니, 제일 이름 없고 가난한 박토를 원하므로 사람들이 다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또 그 자녀들도 그것을 불평하므로 장량이 말하기를 「그것이 큰 복이다.」고 타이르니, 아들이 「가난이 큰 복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때 장량이 「네 생명을 앗아갈 사람이 없으니 큰 복이 아니냐.」하였다 한다. 물은 또 가장 유(柔)하기 때문에 태산(泰山)같이 굳세고 큰 산을 뚫는다. 옛날 어떤 대사가 길을 가는데 양반이 그 옆을 지나가다 대사에게 먼저 절을 하지 않는다고 때리고 발로 차는지라, 대사는 벗겨진 신발을 주워서 장삼 소매로 닦아서 신겨 주니 그 양반이 감동하여 제자가 되었다. 유로써 강(强)을 이긴 것이다. 이것이 극히 부드러운 물의 덕이다. 그러므로 물은 움직이되 흔적이 없으며, 항상 양보로써 강을 항복받는다.』하셨다.
  지구상에는 약 14억㎦ 의 물이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바닷물을 제외하고 육지생명이 의지하는 호수나 하천수는 0.01% 이하인 약 10만㎦로 지구 전체를 약 23㎝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적은 양에 불과하니, 새만금을 지켜가는 일은 소중한 물을 보호하고 생명과 자연을 지켜가는 일이 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에서 바른 정치를 위해 승리하는 과정도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이 내린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과 막스 베버가 말한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라고 정의하고 있듯, 그 권위와 영향을 얻기 위해 시민들을 설득하고 상대 후보에게 승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승리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때 지옥은 시작 되고 후회가 밀려오지만 돌이키기엔 쉽지않다 하지만 물처럼 그 지혜와 능력을 본받으면 진행 과정이 부드럽고 상생의 기회를 보듬을 수 있어서 희망의 미래가 열리리라. 봄바람에 데워진 부드러운 수돗물에 손을 자주 씻어 코로나19를 보내주자. 물의 덕으로 우리가 승리하고 해방을 맞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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