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의 여섯 번째 개인전 ‘삼라일상(森羅一象)’이 8일부터 13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한국화의 많은 작품들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됨을 지향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개념을 다룬다.

이강산의 기존 작품도 마찬가지다. ‘휴(休)-고택(古宅)의 자연미’ 연작을 통해 고택의 요소들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표현했던 작가의 작품은 궁극적으로 화면의 안에서 휴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고택 또한 인위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자연에서 가져온 요소를 활용하여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균형감을 통해 물아일체를 구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인간의 의사가 개입되어 정형화 된 고택의 요소들은 온전한 물아일체의 형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작가의 갈망 또한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휴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넘어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물아일체의 형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비움’이다. 여백 속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이 그림의 속성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는 역설적인 발상이다. 작가는 채움의 행위를 구현하기 위해 비움의 방식을 채택했다.

화선지나 캔버스 천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표면을 바탕으로 활용하는 과감함을 선택했다. 본래 한국화를 전공하고 회화작가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작가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과감히 포기한 셈이다.

실제로 화면 속에 펼쳐지는 모든 선은 채움을 통해 구현된 선이 아니다. 조각도 등을 활용하여 파내여 구현된 선은 비움을 통해 비로소 채울 수 있다는 작가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우주의 사이에 벌여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오방색’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 오방색을 사용해 자신의 작품이 하나의 우주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상징했다.

화면 속에 다양하게 펼쳐진 선은 자연을 상징하는 수풀(삼)이자 존재와 존재의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드러내는 그물(라)의 형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선의 구현양상은 매우 화려하면서도 차분한 역동성을 지니는데 선이 만들어낸 공간을 채우는 오방색의 배치는 상생과 상극으로서 또한 화려하고도 차분한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삼라만상의 탄생과 소멸을 구현해낸다.
이런 삼라만상을 한 화면에 담아낸 작가의 ‘삼라일상’의 세계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단국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전북대학원 미술학과에서 박사과정 졸업했고 익산문화재단과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근무했다. 단국대와 전북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건지한국화회, 한국화동질성회, 무지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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