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좋은 날 순창을 지나는 섬진강을 마주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다. 예년 이맘때면 섬진강 따라 산수유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섬진강 곳곳에 상춘객이 넘쳐났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해 전 국민적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잠시 멈춤으로 한가롭게 봄을 느끼기 민망할 정도이다.
그래도 건강한 심신이라면 극복할 수 있는 코로나 19. 면역력 증강에는 꾸준한 운동과 적정한 건강식이 최고여서 드라이브와 가벼운 산책으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순창의 별미도 맛볼 겸 섬진강 장군목으로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요강바위로 유명한 순창 장군목에서 봄을 맞다
순창은 섬진강 상류지만, 강폭도 넓고 수량도 제법 풍부하다. 호남정맥이 지나는 산간지대에 위치해 섬진강 주변에 높고 골짜기가 깊은 산이 많아서인데 특히 섬진강은 임실과 순창을 지나면서 크게 요동쳐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은 덕에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도 바로 순창과 맞닿은 임실 구담마을에 살고 있다.
장군목으로 가는 길목에 순창 사람 남곡 김기욱이 쓴 바위 글씨를 만날 수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란 단순한 뜻이지만, 숨은 뜻은 아주 깊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하길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라고 말한 것을 축약한 것이다.
또한 공자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상선약수(上善藥水)라고 했는데 공자의 말씀대로 섬진강을 끼고 사는 순창 사람들은 물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하니 지혜롭고 어진 사람들만 살아 고을 이름도 순박함이 창성하는 곳이 순창이다.

▲전북 1시군 1생태 경관자원형 관광지 장군목 유원지
전라북도 1시군 1생태 경관자원형 관광지로 선정된 순창의 대표적인 관광지임에도 여기까지 오는데 길이 비좁아 대형버스는 진입이 어려워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다면 참고해야 할 듯 하다.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갈림길에서 굳이 선택하자면 보존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로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현수교 밑으로 300m 정도는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수석공원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똑같은 형태는 없고 하나같이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군목 유원지 부근 섬진강 바닥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특별하다.
지구가 생긴 뒤 곳곳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흐르다 멈추면서 높은 곳은 산이 되고 낮은 곳은 큰비가 내려 강이 되었을 건데 그렇게 수백만 년 물살에 깎이고 동그랗게 구멍도 뚫리고 이리저리 물길이 닿는 데로 몸을 맡기다 보니 지금의 바위 형태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워낙 물이 깨끗하다 보니 피라미, 꺽지, 모래무지, 떡붕어, 누치, 동자개, 쉬리, 돌고기, 쏘가리 등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는데 물살이 제법 세 루어낚시를 즐기거나 여름에는 멱을 감으면서 다슬기 잡는 사람들도 자주 목격되는 곳이기도 하다.

▲천연 기념물 급 요강바위를 보려는 사람 줄이어
장군목 바위들은 저마다 유별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요강바위는 더 특별하다. 10억 원이 넘는 몸값 때문에 한때 중장비를 동원한 도석꾼들에 의해 도난당했다가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되돌아온 적 있는 마을 당산목과도 같은 명물 바위인데 몇 년 전 순창군에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한 바위이기도 하다.
모든 바위는 하나로 연결된 형태지만 요강바위는 독립된 바위이다. 왼쪽으로 가오리 모양 바위인데 가로 2.7m, 세로 4m, 높이 2m가량으로 무게는 15t에 이른다고 한다.
공중에서 본 모습인데 그늘진 큰 구멍이 있는 바위가 요강바위이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요강바위들이 점점 만들어지고 있는 초기 모습도 보이는데 이런 형태의 바위를 지질학에서는 포트홀이라고 한다,
급류가 흐르는 계곡이나 폭포 바로 밑에는 물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원통형 구멍인 포트홀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암석이나 자갈 등이 섞인 급류가 소용돌이치면서 하천 바닥의 바위를 마모 시켜 이런 구멍을 만드는데 요강바위는 급류가 흔하지 않은 섬진강에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요강바위 정도 포트홀이 생기려면 태고의 강바닥을 소용돌이치는 강물이 수만 년은 흘러야 할 텐데 지금의 섬진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평온해 보이기만 한다.
요강바위 구멍의 깊이는 약 2m로 사람이 들어가면 5명은 들어갈 것 같은데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토벌대에 쫓긴 빨치산들이 요강바위에 숨어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도 있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가 요강바위 안에 들어가면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도 있다. 들어가면 혼자서는 못 나오니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요강바위에서 섬진강 하류 쪽으로 3km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암석 군은 지질학적으로도 독특하고 우수한 자원인데 전북 1시군 1생태 관광지 경관자원형보다 지질공원형 생태공원을 추진해도 좋을 정도로 뛰어난 관광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보는 내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치 수십 마리 이무기들이 용이 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이듯 용트림하는 암반은 거인 걸리버의 손마디를 닮기도 했다.

▲장군목 유원지를 슬로시티로 개발한다면?
섬진강 장군목 유원지 하류쪽 내룡마을은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로 보인다. 인근에는 펜션, 식당, 카페 등이 전원주택과 함께 마을을 이루고 있어 관광 잠재력이 매우 높아 보인다.
장군목이라는 이름도 풍수지리상 용궐산과 무량산 두 개의 험준한 봉우리가 마주 서 있는 ‘장군대좌형’ 명당이어서 붙은 이름인데 잘 개발한다면 순창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 될 듯하다.
섬진강에 현수교? 깜짝 놀랄수도 있지만 보통 현수교는 섬과 섬을 잇거나 계곡을 잇는 줄 알았다면 장군목에는 적성면과 동계면을 잇는 관광 현수교이다. 지난 2010년 10월 설치한 장군목 현수교는 길이 107m, 폭 2.4m로 최대 5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데 사람이나 자전거만 건너는 인도교로 중간쯤 가면 약간 흔들리기도 한다.
스릴을 만끽하려고 달리는 분도 있는데 미끄러울 수 있으니 뛰거나 난간 흔들기, 난간 기대기는 금지돼 있다.
순창군은 섬진강 장군목 생태관광지 사업을 위해 '신비한 요강바위 탐방길'조성 사업을 지난 2016년부터 시작했는데 요강바위 등 우수한 지리적 자원과 옛 농경문화의 생태환경을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2024년까지 해마다 8억원씩 총 72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섬진강 따라 10km 구간에 교목이나 관목을 심어 탐방객들이 편히 쉬는 휴식공간과 수변완충 경관개선 작업을 진행했으며 요강바위 탐방로 조성은 물론 스토리텔링화해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장군목을 찾을 수 있도록 생태관광자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완도 청산도나 담양 삼지내 마을처럼 용궐산 등산로, 섬진강 문화탐방로, 예향천리마실길 등과 연계한 슬로시티를 구축한다면 아름다운 섬진강을 낀 장군목 유원지에 더 많은 체류형 관광객이 머무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김대연기자·red@ /자료제공=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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