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최장·생애 첫'. 이번 21대 국회의원선거를 관통한 핵심 단어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국가가 나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행하던 중에 치러진 선거여서 그 어느때보다 위생을 강조하며 첨예한 긴장 속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발열체크를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북 615곳의 투표소에선 별다른 사고 없이 질서정연한 분위기를 지키며 선관위 직원들의 지시사항에 기꺼이 응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손 소독제를 듬뿍 바른 손을 다시한번 일회용 장갑으로 덧씌워야만 투표용지를 받으러 갈 수 있었다. 그 사이 기다림의 길은 1m 간격을 두고 길게 늘어섰다.

전주시 서신동에서 투표를 진행한 김모씨(29)는 "코로나 때문에 투표장에 가는 것도 조금 꺼려진 건 사실이지만 먼저 투표를 마친 친구들이 안전하게 하고 왔다는 얘길 전해줘서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며 "충분히 거리를 두고, 위생장갑까지 끼고 투표를 하니 안심됐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첫 총선이어서 유권자들은 비례대표정당이 쓰여있는 투표용지도 챙겼어야 했는데 길이만 48.1cm에 달했다. 역대 최장(最長) 투표용지다.

그러다보니 유권자들은 긴 투표용지에 한 번, 어려운 비례정당명에 또 한 번 놀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도 가로로 접어야 할지 세로로 접어야 할지 머뭇거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주시 덕진구에서 투표를 마친 박모씨(39)는 "투표용지가 실제로 보니 훨씬 더 길어서 깜짝 놀랐다"며 "가로로 접긴 했는데 혹시 잉크가 번져서 무효표가 되진 않을지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또한, 생애 첫 투표권을 거머쥔 만 18세 유권자들도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부지런히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거연령이 하향된 첫 선거인 만큼 투표권을 얻은 어린 유권자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전주시 송천동에서 투표를 마친 권모양(18)은 "티비에서만 보던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를 하게 되서 각오가 남달랐다"며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학생들의 마음도 헤아려주실 수 있는 분에게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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