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학교 박물관(관장 김건우)이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사)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0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7년 연속 선정된데 이어 2020년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된 것이다. 특히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은 박물관이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시·교육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국 100개 대학박물관 회원관 중 17개 대학이 선정 되었으며, 호남지역에서는 전주대박물관이 유일하다. 올해 선정된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으로 진행되는 ‘한국전쟁 70주년’ 사업을 알아본다./편집자

지난해 8월 29일 전주시 황방산 자락에서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개토제가 열렸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이 시작됐다.

전주가 북한군 수중에 떨어진 날은 7월 20일.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전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과 보도연맹에 연루된 인사들을 집단으로 학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주형무소 사건’은 군과 경찰에 의해서 전주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재소자 약 1,700명이 희생된 사건으로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사건’과 함께 좌·우익이 동시에 한 곳에서 희생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를 점령한 인민군도 재소자 등 500여명을 반동분자로 분류, 살해했다. 이후 인민군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유해는 현 효자공원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반면 군과 경찰의해 희생당한 민간인 문제에 대해서는 ‘빨갱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기시 돼왔다.

전주형무소 희생자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설립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는 2010년 6월 30일 조사를 마무리하고 활동을 완료하고 만다.
앞서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로 ▲효자동 황방산 ▲산정동 소리개재 ▲인후동 건지산 ▲인후동 생명과학고 ▲인후동 구 완주군청을 지목했다.

이로 10년이 흐른 지난해 전주시는 1억 3000여만원을 투입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할 유해 발굴에 나섰다.
유해발굴조사를 맡은 전주대박물관은 조사용역에 언급한 지역 가운데 유해 매장 확률이 높은 황방산과 산정동 일대를 우선 대상지로 정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69년만에 이루어진 황방산 유해발굴 현장은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포승에 묶여 3열로 꿇려 앉은 희생자 유해 30여 구가 수많은 탄피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념의 광기가 빚어낸 한국 현대사 비극의 현장에서 슬픔을 넘어서는 화해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유해 발굴에 참여한 전주대박물관이 ‘70년 전의 기억, 그리고 전쟁이 남긴 상처’를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는 이유다.
특별전에서는 기억 속에 잊혀져가는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슬픔을 어루만지고, 좌·우 대립이 아닌 과거에 대한 반성과 화해의 방법을 제시한다.

박현수 학예연구실장은 “올해 ICOM(국제 박물관 협회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선정 주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박물관’이다. 우리 박물관은 여기에 맞춰서 전쟁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교훈을 마련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좌우 대립이 아닌 화해와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아보기 위해 특별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파묻힌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며 시민들과 공유·교감하는 일, 이념의 문제로 참혹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평생 억압과 눈물로 살아온 유족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을 위해 특별전을 기획했다.
특별전은 크게 전시와 토크콘서트, 전문강좌, 희생지 답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9월~10월에 전주대 스타센터 아트갤러리에서 열 계획이다. 발굴 과정에서 나온 탄피, 탄두, 허리벨트, 단추, 고무줄 등 총 103점의 유물 가운데 보존 상태 등을 확인해 전시한다. 또 국방부, 전쟁기념관, 충북대학교 등 다른 기관의 유물 및 자료도 함께 활용된다.

토크콘서트는 ‘유가족들로부터 듣는 아픈 과거의 역사’를 주제로 전주대 강의실에서 진행한다. 이인철 전북체육회 고문의 ‘전쟁의 기억과 내 삶’과 성홍제 유족회장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리고 다시 찾기까지’, 이호인 전주대총장의 ‘내가 기억하는 6.25’ 등 3회로 예정돼 있다.

전문강좌 ‘전문가로부터 듣는 유해발굴 이야기’는 6회에 걸쳐 예정돼 있다. 
주요 내용은 ▲인골분석과 고고학:하대룡(서울대 인문대학) ▲민간인 희생자 유햐발굴과 한국전쟁:노용석(부경대학교 국제학부) ▲국방부 유해발굴:최인건(국방부 유해발굴단) ▲한국전쟁과 경찰의 활동:이윤정(경찰대학 경찰학과) ▲제주4·3 희생자 유해발굴:박근태(제주고고학연구소) ▲유해분석과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오창석(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다.

희생지 답사는 구 전주형무소(진북동 동부교회)와 구 완주군청, 솔개재, 황방상 및 무명희생자 묘지 등을 둘러보게 된다.체험 프로그램은 입체 한반도 지도에 자신의 소원을 담아 채색하고 한반도 지도 네임텍을 만드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박현수 학예연구실장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 사업을 통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해원과 이런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한다는 교훈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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