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작가의 개인전 ‘무민의 초상’이 29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린다.

‘없다(無)’와 의미를 뜻하는 영어 ‘민(mean)’에 ‘세대’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무민세대’

현대 사회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대신 개인의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둔 밀레니얼 세대들의 모습.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경쟁해 대학에 진학하고, 또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지만 정작 경기 침체와 취업난 앞에서 매번 쓴 잔을 마신 청년 세대들이 노력해도 안되는 일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대충 살자’를 외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쓸데없는 물건 주고받기’나 ‘소확행’처럼 이들은 바로 ‘지금’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무민세대가 ‘대충 산다’고 외치지만 사실 이들 중 정말 ‘대충’ 사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다만 수저 계급론같은 개인의 노력만으론 해결 못 할 문제들 속에서 무민세대의 가치관들은 ‘노력이 부족’하거나 ‘정신이 나약’한 것이 아닌 하나의 생존방식이라 생각된다.

무민세대는 이전세대들에 비해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현 시대는 자기 PR 시대이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매체는 SNS이다. SNS 이용자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selfie(셀프카메라)다.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실시한 인터넷이용실태 조사에서 SNS 이용자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65.2%이고, 그 가운데 20대가 91.5%라는 점을 보았을 때, selfie(셀프카메라)는 무민세대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selfie는 찍혀지는 ‘나’가 온전히 주인공인 작업물이다. 타인이 찍어주는 사진과 selfie의 가장 큰 차이는 selfie는 내가 원하는, 내 머릿속(유토피아)의 ‘나’라는 존재의 현신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을 직접 볼 수 없다. 거울이나 사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주할 뿐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나의 외관과 현실의 나의 외관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selfie는 그 간극을 메우고자 보정의 단계를 거쳐 사용된다.

작가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꼭 잡지 표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어쩌면 무민세대들이 지닌 자기주체적 삶을 살고싶은, ‘주인공’이라는 욕망이 발현된 것은 아닐까? 작가는 이들의 초상을 그렸다.

모두 다른 색을 가진 무민들의 모습을 잡지 표지처럼 표현하여 실체를 가진 하나의 그림으로 남겨내는 이번 작업은 그 역시 한 명의 무민으로써, 무민을 특별하게 기록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일 수도 있겠다.

전북대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창원아시아 청년미술제 쌀롱전, 우진신예작가 초대전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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