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전북도교육청은 전북학생인권조례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4월 2일을 학생인권의 날로 정하고 매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인권 주체인 도내 학생들(전북 학생참여위원회)이 4월 2일을 사이좋은 날이라 부르고 교육 공동체가 서로 존중하면 사이가 좋아진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여전히 약자인 학생이 존중받는다면 학교 구성원 모두 그럴 거란 판단에서다.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난 올해, 계획한 행사는 대부분 취소하거나 미뤄졌지만 학생인권 가치와 의미는 여전하다.  

도교육청이 조례를 공포한 지 7년이 흘렀고 18세가 선거권을 갖기 이르렀다. 우리 지역 학생들 인권은 어디쯤 와 있을까.
전북 학생인권의 날 지난 공모전과 토론회를 통해 민낯을 마주한다.  

도교육청이 2013년 7월 12일 공포한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생인권을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보호하고 실현하고자 2014년 8월 1일 문을 연 곳, 학생인권교육센터다. 

센터 주요 업무는 학생인권 보장, 인권교육, 학생자치, 센터 운영 크게 네 가지다.
특히 4월 2일 전북 학생인권의 날은 공모전, 토론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기 어려워 공모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학생인권 관련 경험과 생각을 글, 그림, 영상 등 여러 매체로 공모전에 출품한다. 때문에 매해 출품작에는 당시 전북 학생인권이 선명하다. 

2019년 글 부문 수상자인  이리남초 백진주 학생은 베트남 국적을 가진 엄마에 대해 나눈다. 사람들은 엄마의 서툴었던 한국어를 비웃거나 화를 냈고 이후 친구들은 딸인 자신을 놀렸다.  

그럼에도 학부모 반 대표를 맡으며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다고 싶다는 딸의 바람으로 이어졌다.
순창북중 김승준 학생은 겉모습이 어리단 이유로 섣부른 오해를 받은 일화를 전한다.

그의 수영실력이 부족할 거라 속단하고 다른 레인으로 옮기라는 할아버지, 몸이 아파 약국 의자에 앉은 어린 동생을 보고 일어나라며 호통 친 할머니가 그렇다.

그리고 묻는다. 학생인권이라는 게 어른들 고정관념을 맞춰가는 건지, 학생 자신의 권리를 찾는 건지. 

부안여고 안도연 학생은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설렘을 느끼지만 성적으로 설렘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고백한다.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기회를 가진 것에 만족하고 차별 받은 또 다른 한 명이 평등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고백한 내용을 알리겠다고 덧붙인다. 

같은 해 그림과 웹툰 부문 수상작에선 ‘나’와 ‘너’는 방향을 달리할 뿐 같은 글자라며 너를 나처럼 대하고 사랑하는 게 인권이라 말한다.

온갖 혐오와 편견에 휩싸인 한 학생의 공포어린 모습을 통해 무심코 내뱉은 말이 큰 상처가 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머리가 뭐야?’ ‘공부나 해!’ ‘치마 좀 늘려!’… 어른들 뜻과 편견이라는 줄에 매달린 학생들에게 주어진 해결책은 가위다.

학생인권을 퍼즐에 비유, 함께 맞춰가자 제안하는가 하면 지켜줄수록 자유로워지는 스스로를 강조한다.

지난해 제9회 학생인권토론회 ‘우리는 획일화를 거부한다’에서 주제발표한 학생참여위원회 위원 나이빈(군산여고), 강병훈(고창고) 학생은 여러 학교가 화장과 용모 제한장치로 상-벌점 제도를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이 보상과 처벌을 경험한 뒤 사회화되는 장치라곤 하나 학생 생활까지 점수를 매기는 건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 행위”라고 했다.

이어 “전북학생인권조례 12조 1항에는 복장, 두발의 길이 모양 색상 등 용모에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면서 “하지만 조사한 4개교는 생활 지도란 이유로 화장을 규제하고 상-벌점제 내지 그와 비슷한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용모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송가영 학생(전북외국어고)은 총학생회장 후보 당시 교칙검토위원회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당선 후 이를 현실화했다.

염색과 과도한 파마 제한, 학생다운 단어 등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규정 몇몇을 없앴다. 이 학생은 “학교를 바꾸는 건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공모전 수상작과 토론회에서 드러난 학생 인권은 여전히 일상에서 쉽게 침해당하지만 누구든, 어떻든 동일하게 누려야 하는 무언가다.

학생들이 인권을 고려하는 영역은 나에서 너로 점점 확장되고 학생에서 여성, 외국인, 장애인, 성 소수자로 점차 세부화된다. 표현은 더 과감해지고 포용력은 더 커졌다.

세상은 침해와 편견으로 가득하지만 전북 지역 학생들은 몸소 느낀 그것을 조금씩 깨부수며 스스로를 비롯해 세상 모든 사람의 특별함을 알아가는 중이다.

한 해 동안 한 뼘 더 자랐을 그들의 인권 감수성, 이번 공모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2020 전북 학생인권의 날 공모전’ 분야는 모두 다섯 개다. ▲UCC(학생, 교직원, 학부모) ▲그림(학생) ▲사진(학생, 교직원, 학부모) ▲글(학생) ▲서각 캘리그라피 서화(교직원, 학부모).   

참여대상은 초중고 학생, 교직원, 학부모다. 학부모와 교직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사진과 서각 캘리그라피 서화 부문을 추가했다.

공모전 주제는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관련 내용, 존중 연대로 혐오 사슬을 끊어내는 내용이며 이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접수 기간은 5월 29일 오후 5시까지며 심사기준은 작품성, 전달력, 활용성이다. 심사는 6월 1일에서 3일까지 사흘간 진행하며 결과는 6월 8일 학생인권교육센터 누리집에서 발표한다. 선정된 35개 팀에는 상금 총 800만원을 전달한다.

센터 담당자는 “교육공동체 재치와 창의성이 돋보이는 많은 작품들을 접수해 이를 인권교육에 널리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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