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국경을 닫아걸면서 평소 수입해오던 과일이 비싸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밀, 쌀도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각종 재난·재해를 대비해 일정한 양의 식량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하는데, 적정량이 유지되지 않으면 식량뿐만 아니라 일반 물가도 오를 수 있고,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각국은 코로나19와 식량 문제를 안보 문제로 보고 이를 지키려고 농산물 수출 금지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에 국내 쌀값이 2013년 이후 가장 비싸졌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평소보다 식량을 더 많이 쌓아두기 위해 이전보다 더 비싼 값에 식재료를 사고 있다.
최근 전 세계의 농작물 수확량이 많아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러 국제기구는 실제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2008년 아프리카에서는 식량 가격이 올라 폭동이 벌어진 적이 있고, 최근 인도에서도 일자리와 식량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또 수출 제한이 이어지면 전 세계의 식량 공급망이 무너져 취약계층이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지난 2월, 아프리카에서는 사막 메뚜기 떼 때문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5월에 알들이 부화해 여름에는 약 20배 정도로 많아져 2차로 돌아올 거라고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살충제 구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국제적 기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18년 기준 21.7%로, 세계 평균 101.5%에 한참 못 미치고, OECD 회원국 중 제일 낮다. 그런데 쌀마저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견해가 많다.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전국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대비해 국내산 쌀 재고를 100만 톤으로 유지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세계 각국의 이른바 '곡물 쇄국정책'에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 소비량의 17~18%를 비축하는 게 적절하다는 유엔식량기구의 권고에 따라 우리는 쌀 72만 톤을 비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매년 수확기에 36만 톤을 공공비축미로 사들이고 2년간 비축한 뒤 방출한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의 발생주기가 점차 짧아짐에 따라 현재의 비축규모로는 식량안보를 지키기 힘들다는 게 조합장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매우 상식적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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