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체험 1번지 전라북도- 춘포의 봄 풍경 “근대 역사가 숨 쉬는 춘포를 걷다”
도시의 골목은 지나온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목을 걷다 보면 그 지역의 특징을 이해하게 되는데 익산은 고대는 물론 근대 역사,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 근대 역사, 문화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곳은 춘포(春浦)로 춘포의 골목을 걸으며 근대 역사, 문화를 돌아보고, 춘포의 봄 풍경도 감상해보자.

▲춘포 마을지도가 있는 춘포역
춘포(春浦)는 우리말로 봄개나루라고 불렸던 곳이다. 만경강과 접해있으면서 넓은 평야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대장(大場)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일본식 이름이라고 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옛 지도를 보면 그 이전에도 대장이라는 지명이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이곳은 여러 지명을 사용하는데 춘포 골목을 거닐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좋겠다. 춘포 걷기는 마을지도가 있는 춘포역에서 출발한다.

춘포역(등록문화재 제210호)은 1904년 이리(현 익산)~전주 구간 철도가 개통되면서 생긴 역이다. 지금은 폐역이 되었지만 그때 세운 역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驛舍)로 남아있다. 폐역이 되면서 철길이 철거되고 승강장 시설들도 모두 없어져 아쉽지만 초기 역 건물 구조를 알 수 있는 역사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춘포역은 이 지역에 있던 일본인이 운영했던 농장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세웠다. 당시 일본인 농장 소작농으로 일했던 대부분의 춘포 사람들이 쌀을 싣고 군산항으로 떠나는 화물차를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 역 광장에 열차 모양 놀이터가 생겼다. 역사놀이터 만들기 사업으로 탄생한 미니 열차가 춘포역은 더 이상 슬픈 공간이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는 즐거운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 하다.

▲근대유산과 미래유산이 있는 골목   
춘포역에서 만경강 제방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정비돼 춘포역 주변이 한결 산뜻해졌다. 그 길을 따라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 서서 왼쪽 길 건너편을 보면 붉은색 벽돌 건물이 보이는데 대장교회이다. 1902년에 설립한 교회로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춘포 용연리에 널문이(板門)교회로 시작해서 1950년에는 대장정미소 옆에 있던 일본인이 사용했던 창고를 개조해 이전했고, 1951년 11월 현재 위치로 이전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거리에서 춘포 행정복지센터 방향을 바라보면 길가에 식당 간판들이 늘어서 있다. 사거리 주변에는 50년 전통을 가진 식당을 포함해 여러 업종의 식당들이 있다. 먹거리 측면에서 보면 춘포가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 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식당이라면 미래유산 가치도 있어 보인다.

춘포 행정복지센터를 지나면 맞은편에 춘포교회가 나온다. 교회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 걷다가 다시 왼쪽 골목길로 방향을 바꾸면 길가에는 눈에 익숙한 농기계들이 봄볕을 받으며 졸고 있다. 그 골목 끝에 붉게 녹이 슨 함석집이 보인다.  
지금은 대문에 낡은 대장공장 간판이 걸려 있지만 일제강점기 때 춘포 지역에서 가장 큰 농장이었던 호소카와농장의 도정공장이다. 당시 이곳에는 호소카와농장 외에도 이마무라농장, 다사까농장 등이 있었는데 이 농장들이 생산한 벼를 이곳 도정공장에서 현미로 가공해 일본으로 반출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으로 운반할 때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백미로 완전 도정을 할 경우 운반 과정에서 변할 우려가 있어 현미로 가공, 일본으로 보내면 일본에서 다시 백미로 가공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정공장 옆으로 길이 있는데 우마차에 쌀을 싣고 춘포역을 오갔던 길이다. 도정공장 측면은 도로와 접하고 있다. 건물 아래쪽에는 공기 순환 창이 2단으로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창고 내부 순환 창과 창고 바닥 하부에 설치된 순환 창이다. 골목과 나란히 있는 벽돌로 지은 창고는 일제강점기 때 건물이 아니라 1976년에 지은 것이다.  

다시 골목으로 나와 건너편에 있는 마을회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회관 앞에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이곳이 대장교회가 1950년부터 2년간 있었던 자리다. 그 골목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만경강 제방이 그리 멀지 않다. 골목 끝은 집으로 가로막혀 T자형 길이 된다. 골목을 막고 있는 집이 김성철 가옥이다. 일제강점기 때 호소카와농장 주임이 쓰던 관사였다. 후에 호소카와농장 직원이었던 김성철씨가 사용했던 집이다. 집은 개방되지 않고 있어 아쉽게도 외부에서만 볼 수 있는데 1920년대 건축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된 근대유산 건물이다.
T자형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만경강 제방으로 오르는 길이다. 그 방향으로 조금 가다 보면 오른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건물이 있다. 지붕이 슬레이트로 바뀌고, 외형이 변형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구조는 일본식 주택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잘 보전되길 바라는 근대유산이다.

만경강 제방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서 돌아서 왔던 길을 따라 반대 골목길을 향해 이동해본다. 김성철 가옥 뒤쪽을 지나면 왼쪽에 현대식 건물이 보이는데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골목길 안에는 집들이 100년의 시차를 가지고 공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춘포 골목길 특징 중 하나이다. 
현대식 집 대문을 지나면 돌로 쌓은 축대 흔적과 탱자나무 울타리가 나온다. 축대는 일제강점기 때 있었던 농장의 흔적이다. 탱자나무 울타리는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무 상태를 보면 꽤 오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흔히 보기 어려운 탱자나무 울타리이기도 하다.  탱자나무 울타리 끝에 있는 붉은색 벽돌로 지은 청기와 집은 한국농어촌공사 춘포지사 건물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춘포지사를 지나 건너편 골목으로 가면 2층으로 된 일본식 주택이 눈에 띈다. 등록문화재 제211호인 구 일본인농장 가옥이다. 호소카와농장의 기술자였던 에토가 1940년대에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팔작지붕에 일본식 기와를 올렸고 외벽은 비늘벽으로 돼 있다. 내부는 다다미방이 온돌로 바뀌고, 칸막이벽이 제거되는 등의 변화가 있지만 건물 외형을 잘 유지돼 있어 당시 일본식 주택 특성을 볼 수 있는 좋은 근대유산이다./김대연기자·red@ /자료제공=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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