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에서는 최근 청계리·월산리 고분군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24일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가야계 고총인 청계리 고분군 구조와 출토유물, 월산리 고분군 발굴조사 성과, 그리고 이들 고분군의 활용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 가운데 조명일 교수(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보존정비 및 활용방안을 요약 정리했다. /편집자

▲고분군의 현황

청계리·월산리 고분군은 백두대간 시리봉(777.7m)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구릉의 끝자락에 입지한다. 두 고분군 의 거리는 남북 직선거리로 500m 내외이며, 구릉의 서쪽을 관통하는 광주-대구 간 고속도로(88올림픽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동쪽에 월산리 고분군이, 서쪽에 청계리 고분군이 접해있다.

월산리에는 10여 기의 고분이 존재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1982년 88올림픽 고속도로 조성공사 구간 3기(M1·M2·M3호분)의 고분이 포함됨에 따라 발굴조사 후 멸실되었으며, 구릉의 하단부에 있었던 M7·M8·M9호분은 지속적인 경작행위로 인해 사라졌다. 2010년 남아있던 M4·M5·M6호분이 88올림픽 고속도로 담양-성산간 확장공사구간에 편입되어 전북문화재연구원에 의해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후 M4호분은 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멸실됐고 M5·M6호분만 보존·정비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3기의 봉토분은 장축 900㎝ 이상의 대형 수혈식석곽묘를 매장주체부로 갖춘 단곽식 고분으로 밝혀졌는데, 매장주체부인 석곽이 지하가 아닌 지상에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야계 고분 과 큰 차이를 보였다. 유물은 원통형기대, 발형기대, 소형기대, 유개장경호, 단경호, 고배, 개배 등의 토기류와 마구류, 장신구류, 농공구류, 무구류 등의 금속기 등이 출토되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M5호분에 출토된 청자계수호와 철제초두이다. 이 유물들은 그간 가야계 고분에서 전혀 출 토된 바가 없는 것으로 중국 남조 또는 백제 중앙과의 대외교류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곧 고분 피장자의 정치적 위상이 매우 높았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며, 더 나아가 월산리 고분의 조성집단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계리 고분은 지난해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길이 31m, 너비 20m, 높이 5m 내외의 봉토를 갖춘 대형 고총으로 파악되었으며, 봉토 내 매장시설은 3기의 석곽이 ‘T’자형으로 배치되었다. 원지형을 정지하고 ‘T’자형의 묘광을 마련한 뒤, 2호와 3호 석곽을 서로 직교하도록 먼저 시설하고, 2호 석곽의 남쪽에 1호 석곽이 마련된 구조이다. 출토 유물 중 토기류는 대가야, 아라가야, 금관가야, 소가야 양식이 모두 확인되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최초로 수레바퀴 장식 토기편이 출토되어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또한 성시구, 꺽 쇠, 금구 등의 위세품과 함께 목제 빗이 출토되었다. 목제 빗은 호남지역 가야계 고총에서는 처음 확인된 것으로, 가야와 왜와의 국제교류를 증명해 주는 매우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고분의 구조와 축조기법, 출토유물 등을 토대로 청계리 고분은 인접된 가야계 고분군이 남원 월산리 고분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보다 다소 이른 시기인 5세기 전반경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계리·월산리 고분군 주변 주요 유적으로는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과 아막성(성리산성), 봉화산 봉수가 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경에 걸쳐 조성된 가야 고분군으로 고분의 구조와 출토유물을 통해 남원지역 가야 세력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한편, 남원지역 고대 정치제의 성격 및 대외교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유적이라 할 수 있다.

아막성은 구간별 축조기법 상의 차이와 내부에서 수습되는 유물을 볼 때, 남원 운봉고원에 대한 백제·신라·가야의 역학관계를 잘 살필 수 있는 유적임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봉화산 봉수는 시굴조사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봉수의 입지와 배치양상, 기초부의 구조, 출토유물 등을 고려해 볼 때, 삼국시대 가야세력에 의해 축조·운영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존정비 방안

고분군의 학술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고분군에 대한 정밀지표조사를 통해 고분의 입지 및 범위, 잔존현황, 분포양상 등을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고분군이 조성될 당시의 주변 경관 및 역사문화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만 체계적인 발굴조사 및 정비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현재 청계리 고분군과 월산리 고분군, 그리고 여기에서 동쪽으로 9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국가 사적 제542호)과의 상호 관계 및 고분 축조세력을 밝히기 위한 자료 확보가 미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밀지표조사를 바탕으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계리·월산리 고분군에 대한 추가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재 지정도 필요하다. 청계리 고분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및 학술조사 추진을 위해서는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에는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학술조사와 정비보존 방안, 활용 전략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활용 방안

첫 번째 주변 고분군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활용방안이다. 청계리·월산리 고분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건지리 고분군 등 가야세력과 관련된 운봉 고원 내 여러 고분군의 상호 관계를 활용하고 기문(己汶) 가야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

두 번째 숨은 공간 이용이다. 개별 고분군마다 전시시설을 마련하는 대신 각 개별 고분군 주변에 있는 숨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한 예로 청계리·월산리 고분군을 연결하는 공간은 고속도로의 암거시설 뿐이다. 어둡고 폐쇄적인 암거시설에 조명과 시각화 자료를 설치하는 방법은 시간과 예산이 크게 들지 않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백두대간 등산로와 지리산 둘레길과 연계한 활용방안이다. 둘레길은 자연자원이나 고유한 역사, 문화 자원이 잘 보존된 지역을 중심으로 연결한다는 ‘자원중심’과 ‘보존중심’, ‘경관중심’ 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재 활용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다. 둘레길 인월기점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 있다. 이 인월기 점과 연결되는 두락리·유곡리 고분군~월산리 고분군~청계리 고분군~(흥부마을)~아막성(두락리~아막성까지 4.5㎞)~봉화산·시리봉 봉수(아막성에서부터 5㎞)로 이어지는 ‘기문(己汶) 가야 역사탐방길’을 제안한다. 게다가 아막성과 봉화산·시리봉 봉수는 백두대간 등산로가 지나가는 위치에 있어 많은 탐방객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자연과 유적의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족 여가 시설을 조성하고 실상사, 인월 5일장, 가야 역사 탐방, 흥부마을 체험 등 동부권 관광자원 등 주변 컨텐츠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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