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5일은 어린이 날이고 어버이날은 8일이다. 21일은 부부의 날이기도 하다. 1년 중 가장 좋은 날씨가 많고 만물이 생기를 찾기 시작하는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이 기간만이라도 가족,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뜻이 더 크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하며 위안을 얻고 새로운 활력의 기운을 가족으로부터 확인하는 귀한 시간을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어두운 그늘에서 신음하고 오히려 가정의 달이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고통만 남아 있는 가정이 우리사회엔 많다. 한해 5천802건, 하루 평균 16건의 가정 폭력 신고가 접수되는 곳. 전북이다. 사실상 붕괴되고 해체된 가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울타리에서 숨을 쉬고 있단 이유로 신고는커녕, 그저 맞고, 학대받으면서도 참는 것 까지 감안하면, 정말 그렇게 많은 가정폭력이 있은 가를 반문케 할 정도다.
전북지방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3년 동안 도내에서 접수한 가정 폭력으로 신고 건수는 1만7406건으로 2017년 7454건, 2018년 5566건, 2019년 4386건 등이었다. 최근 들어 그 건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검거 건수는 각각 984건, 1109건, 1073건으로 오히려 소폭이나마 늘고 있다.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지만 아직도 사법당국에 신고를 하기 보단 가정폭력상담소를 통한 상담 건수가 한해 평균 2천 건이 훨씬 넘고 최근 2년 사이엔 2천7백여 건에 달할 정도다. 더구나 최근 코로나19사태가 길어지면서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감옥 된 가정에서 행해지는 잔인한 가정 폭력은 딸들이 “살인자 아버지를 차라리 사형시켜 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극에 달할 수 있단 점에서 그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의 생활공간인 가정이 갈등이나 폭력으로 물들어 가며 망가진다는 것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단 의미다.
가정폭력 방지 관련법이 강화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많이 부족하다. 그 어느 곳 보다 가장 안전해야할 가정이 가장 끔찍한 공포의 장소가 되도록 해선 안 된다. 위기 안에 또 다른 위기는 싹을 잘라야 한다.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안전한 보호대책 강구 방안을 더욱 촘촘히 마련한다 해도 근절이 어려운 가정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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