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바뀌면서 혹시나 했는데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만나서 손도 잡아보고,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네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지만, 요양병원들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나 아버지를 찾는 가족들의 마음은 안타깝고, 애틋하기만 하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며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날을 기다려 온 가족들은 ‘건강 문제니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지만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모(57)씨는 면회 금지가 시작된 이래 아버지의 얼굴을 못 뵙고 있다. 어언 석 달을 넘어서고 있다.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병원비를 결제하러 갈 때뿐이지만, 병원 내로는 들어서지는 못한다. 병원 관계자가 문밖으로 나와 진행하기 때문이다. 창문 너머로나마 얼굴을 뵐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이가 많아 운신이 어렵다보니 이마저도 어려운 일이다.

김씨는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건강이 우선돼야하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52)씨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씨 아버지가 입원한 요양병원에서는 5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면회가 불가하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는 올해 어버이날 아버지를 뵙는 대신 선물을 보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그나마도 인(人)편이 아닌 택배다.

박씨는 “직접 뵐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올해는 선물로나마 대신하기로 했다”며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멀리 병원 창 너머로 가족의 얼굴만 마주하고 돌아서는 이들의 모습도 이번 사태가 빚어낸 것들 중 하나다. 병원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보니 그리움을 달래는 한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요양병원들은 사태가 완전히 종료되기 이전까지 면회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지침도 지침이거니와 언제라도 있을지 모를 감염 우려가 있어서다. 특히 환자들의 경우 면역력이 약하다보니 외부인 출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이다.

도내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어르신들도 보호자들도 오래 만나지 못해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시곤 한다”며 “모두를 위해 빨리 코로나사태가 종료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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