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이천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일하던 사람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사장 천장과 벽면을 채웠던 벽 속 우레탄폼이 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은 확실하다. 벽 안을 철근 콘크리트로 채우는 대신 얇은 철판과 철판을 세우고 가운데는 다른 재료로 채우는 게 일명 샌드위치 판넬 공법이다. 이 때 우레탄 폼을 채우는 게 보통인데, 우레탄폼은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건축 재료로, 값도 싸고 열도 잘 막지만 낮은 온도에서 불이 잘 붙고 한 번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뿜어서 해외에서는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에도 이천 냉동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있었다. 화재의 원인이 된 우레탄폼이 같았고, 이에 건축 소재를 규제하는 법안이 나왔다. 그런데 국토해양부가 건물을 짓는 입장에서 너무 경제적인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면서 관대하게 규제를 완화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건물 내부는 불에 타기 쉬운 소재를 사용하지 말자는 게 내용인데, 벽 안쪽까지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화재에서 벽 안쪽과 바깥쪽에 우레탄폼이 사용됐고, 인명피해가 커지게 됐다.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는 셈이다.
이와 함께 안전관리 소홀도 변한 게 없었다. 이전과 같이 이번에도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없어 안전관리 소홀로 경고를 받았고, 현장에 있던 특수고용 일용직 노동자들은 안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 정부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물리겠다고 했지만, 이들 일용직 노동자들의 보험 가입이 필수가 아니어서 보상을 제대로 받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재해 막으려면 공사를 이끈 담당자와 공사를 의뢰한 기업, 이를 허락한 정부까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나왔다. 그동안은 공사하다 사고가 나도, 원청업체 대표나 현장소장 등 중간 관리자에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게 다였다. 이번에는 안전 규정을 강화한 법안을 만들고, 엄격한 관리와 처벌이 뒤따르게 해야 한다. 여러 번 경험한 끔찍한 사고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사회는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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