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 교수인 김선두 작가 전시가 전주에서 최초로 열린다.

교동미술관 ‘2020 중앙 우수작가 초대전-김선두 느림과 멈춤의 아방가르드’가 12일부터 24일까지 본관 1, 2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교동미술관은 전시작가의 다양성과 분야 전문성을 확립하고자 ‘중앙 우수작가 초대전’을 진행 해 오고 있다.

올해 초대 작가는 ‘느린 풍경’과 ‘별을 보여드립니다’ 등의 작품을 통해 현대 한국화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김선두 작가다.

지역에서 전시는 처음이지만 그의 작업은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의 표지그림, 소설가 이청준의 산문집 <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의 표지, 그리고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 오원 장승업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의 대역으로 그림솜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전남 장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어렸을 적 뛰어놀던 남도의 풍광을 그려내는 데에서 출발했다.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곡선의 우리 진경을 먹과 분채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장지기법과 이동시점을 극대화한 역원근법으로 그려내어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채를 수십 번 덧쌓아 올리는 과정은 느리고 고되지만 그만큼의 깊은 색을 이끌어내며 김선두 작가의 진중함과 닮아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미디어가 곧 주제라는 관점에서 서양화와 한국화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두 가지 관점에서 현대 한국화의 실험을 지속적으로 관철하고 있다. 장지기법과 같은 낡은 방식으로 새롭게 말하기와 우리 고유의 미감을 새로운 미디어로 말하기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느린 풍경’은 속도를 줄이고 볼 때만 보이는 풍경이다. ‘느린 풍경’시리즈에서 그는 우리의 삶의 속도를 자동차의 속도에 비유한다.

속도에서 삶에 대한 진실의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반성의 계기와 기회는 생기지 않는다고 여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반성하지 않는 속도에서 마주하는 세계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내포한 총체적 진실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최종 목적지만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자동차 속도란 과정이 생략된 채 출발지접과 목적지만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 속도를 유지하는 뒷면에는 이득을 향한 관성과 타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느린 풍경’시리즈에서 ‘느림’과 ‘멈춤’을 감각과 인식의 환기를 위한 전위로 사용하면서 앞과 뒤가 모두 보이는 부감시로 구성된 전경을 통해 우리에게 통찰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작품 ‘나에게로 U턴하다’에서 더욱 분명하고 강해진다. 유턴은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호등이 바뀌어 멈춰 섰을 때 기회가 생긴다. 즉 조건이 생겨야 가능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삶과 상징적 비유로 연결해 보면 메시지가 더 뚜렷해진다.

‘나에게로 U턴’을 인간의 본성으로 돌아갈 기회라고 해석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삶을 반성하고 선택하고 개선할 수 잇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작가는 그 생각조차 반성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김선두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사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호암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열정으로 작품연구에 매진하고 계신 김선두 작가의 작품을 전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교동미술관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의의깊게 생각한다”며 “가정의 달과 어울리는 온화하고 정겨운 작품과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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