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긴장해서 괜찮은 것 같은데, 앞으로 전국에서 애들이 오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죠”.

첫 대면강의가 시작된 11일 익산 원광대학교. 한창 3월을 장식했던 벚꽃 대신 푸르게 물든 잎사귀들이 학생들을 맞았다. 스포츠과학부, 디자인학부 등 대면강의가 시작된 이날, 교정에는 학생들이 빚어내는 활기 대신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태원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를 낳으면서 위축된 까닭이다. 두세 명씩 모여 걸음을 옮기는 학생들 사이로는 ‘이러다 진짜 누구 하나 걸리면 어떻게 될까’, ‘이런 시국인데 집이 익산만 아니었어도 안 왔다’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실험·실습 일부 강의만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다보니 교정은 썰렁하기만 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그중 반 정도. 수업을 받을 강의실 건물에 가까워지자 급하게 턱에 걸쳐두었던 마스크를 끌어올리거나 주머니에서 꺼내 착용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미술대학이나 공대, 체육관 등 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 입구에는 책상이 하나씩 놓였다. 위에는 QR 코드와 등록 대장, 체온계 등이 준비돼 있었다. 학교 관계자도 배치돼 체온을 재고, 대장 작성을 독려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날 11시께 찾은 대학 내 체육관에서는 한창 전공 실습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은 띄엄띄엄 거리를 둔 채 라켓을 들고 공을 주고받았다. 온통 공에 정신이 팔린 학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간혹 목소리를 높이느라 주머니에 마스크를 집어넣은 학생도 눈에 띄었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운동을 하느라 숨이 찰 법도 한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대학 강의 풍경이다.

방역 현황과는 별개로 이날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이구동성으로 2주 뒤 재개될 전체 대면 강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지역 내에 거주하는 학생들이지만, 대학의 경우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지 않느냐는 것이 고민의 골자였다. 아무래도 타 유학생까지 있다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미술 대학에 재학 중인 강모(24)씨는 “다들 마스크도 끼고 있고, 체온을 재거나 이름을 적는 걸 보면 이 부분은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전체 개강이 이뤄지면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 같은 경우 누가 어딜 다녀왔는지 알기 어려울 것 같다”며 염려스러운 얼굴을 했다.

또 다른 재학생 최모(24)씨도 “우리 과 같은 경우 학과 특성상 발표 수업 위주로 이뤄지고, 기존에도 쌍방향 강의로 진행되다보니 이전과 다른 것이 거의 없다”며 “대면수업이 불가피한 학과가 아니고는 각 학과별 특성을 헤아려 위험 요소를 접할 경우의 수를 줄여야하는 게 아닐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광대 관계자는 “이태원사태라는 큰 변수가 생기면서 현재 대면 강의 기간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빠르면 오늘 오후 늦게라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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