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앗아간 봄은 짧디 짧기만 했고 어느덧 한낮엔 이마에 땀이 제법 맺히는 계절로 접어들었다. 여름이 도래한 것이다.
쉬이 지치는 체력과 기운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상큼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파프리카와 수박은 여름에 진가를 발휘하는 작물 중 하나다. 특히 파프리카와 수박은 전북 농가의 수익창출을 이끌고 있는 효자 작물로써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금값보다 비싼 종자는 농가를 수입품종에 의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했다. 우리 땅에 맞는 우리의 종자를 개발해 농가의 부담을 덜고, 소비자에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명으로 불철주야 일하는 곳이 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과채류연구소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 기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과채류연구소는 파프리카시험장과 수박시험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파프리카시험장은 수입대체 국산품종 육성과 안정생산 기술개술을 위해 2010년 7월에 부서가 신설돼 2011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소로 자리매김 했으며, 수박시험장은 국내 수박 산업 발전을 위해서 신품종 육성 및 재배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자 1995년 5월에 설립, 올해로 26년째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채류연구소는 파프리카와 수박으로 특화된 연구소로써 육종, 스마트팜 활용 재배기술, 생리연구 등에 초점을 두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총 인력은 15명(연구관 2, 연구사 7, 일반직 2, 공무직 4)으로 상시 근무하면서 시험장에서 개발된 기술이 전라북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파프리카시험장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신품종 육성과 ICT활용 재배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파프리카는 신선 수출농산물 중 1위를 차지하는 작물로써 재배면적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비타민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비타민C가 풍부합니다. 또한, 적색 파프리카에는 capsanthin, capsolubin 등과 황색, 주황색에는 Zeaxanthin, Lutein 등의 carotinoid가 풍부한 기능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자강국 도약을 위한 골든시드프로젝트사업에 2012년 상세기획부터 참여해 온 저희 연구소는 2013부터 2021년까지 9년간의 과제에 수경재배 여름재배용 품종개발에 중점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파프리카 '헤스티아' 품종을 첫 번째 육성품종으로 품종출원을 실시했습니다. 품종특성은 숙과색이 적색으로 과 크기가 180∼200g정도의 중대과로, 착과가 용이하며, 경도가 단단한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메티스', '헤라레드', '헤라옐로우' 3품종을 출원 했습니다.
2018년도에 '미네르바레드'와 '미네르바골드' 2품종을 출원했는데, 특히 '미네르바레드'는 숙기가 빠른 여름재배용 품종으로 선발됐으며 '미네르바골드' 품종은 겨울재배로 선발된 품종으로 수량이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진 6품종이 출원됐으며, 이 중 4품종은 품종보호 등록이 완료됐고 2품종은 심사 중에 있습니다.
파프리카 종자는 금값보다 비싼 종자로 대부분 수입품종에 의존해 국내 재배가 이루어 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전북농기원에서 육성한 토종 품종이 재배현장에 보급된다면 농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두 번째로 ICT활용 재배연구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북 남원 운봉지역은 파프리카 여름재배 주산지로 주로 비닐하우스가 대부분이며, 소규모로 재배농민의 수가 많은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목회를 결성해 물품의 공동구매, 생산물 공동 출하 등 조직화된 지역의 특성을 살려 이 지역의 10농가를 선정, ICT활용 지상부 환경과 지하부 양수분 관리 등 데이터 수집 및 여름재배 최적 환경 구현을 위한 정보 제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량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환경인자를 선정하고 농가에 최적의 환경조건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 정밀재배로 생산성과 상품과율 향상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수박시험장에서는 신품종 육성, 유전자원 보존 및 관리, 재배기술 개발 및 보급 등의 다양한 시험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은 '씨 없는 수박의 재배기술 개발 및 보급' 입니다.
현재 씨 없는 수박의 전국 재배면적은 500ha 정도인데, 그 중 전라북도가 차지하는 면적은 210ha로 전체의 42%에 달합니다. 씨 없는 수박의 보급은 기후 변화 및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한 우리 전라북도의 선제적이며 타도와 차별화된 전략입니다.
기후 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여름철 시설하우스의 온도는 작물에 고온장해를 유발해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무주, 진안, 장수, 남원지역의 동부권 준고랭지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방법도 있지만, 서부 평야지에서 고온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3배체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여 품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배경은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가구형태에 기인했습니다. 현재 국내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50%를 초과했습니다. 8kg 내외의 큰 수박 1통은 1∼2인 가구에서 먹기는 부담스러운 크기입니다. 따라서 외국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는 후레쉬 컷(신선 편이식품) 수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공 중에 여문 씨앗이 없어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씨 없는 수박의 확대·보급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필요성에 따라 우리 수박시험장은 고온기에 시설하우스에서 3배체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했고, 그 결과 전라북도가 씨 없는 수박의 주산지로 발돋움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여름이 아닌 5∼6월에도 씨 없는 수박을 생산하기 위해 불임꽃가루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불임꽃가루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고 가격 또한 고가여서 농가의 부담 및 외화가 유출되는 상황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수박시험장에서 2년 전부터 시험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엔 농가 실증사업을 추진해 보급을 앞당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파프리카의 경우는 90년대 중반 처음 네덜란드에서 국내로 종자가 들어올 때 부터 재배시설과 기술이 함께 들어 왔습니다. 타 작물에 비해 재배농가의 유럽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죠. 육종의 역사가 짧은 국내 육성 종자의 선호도가 떨어져 국내에서 종자를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힘든 점이 있습니다.
수박시험장에서는 품종육성, 씨없는 수박 재배기술, 로열티 절감을 위한 불임꽃가루 대체기술, 수박 연중생산 기술, 스마트팜 생산기술, 유기농 재배기술 등을 개발해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으나, 재배농가간 생산기술의 격차가 커 수박 재배기술을 상향 평준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 어려운 와중에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순간이었을까요?
파프리카의 경우 첫 자체 품종인 '헤스티아'를 출원한 일을 꼽고 싶습니다. 신생 연구소로 아직은 열악한 연구 여건하에서도 약배양기술과 1년 2회 세대진전 등 품종육성 연한 단축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의 산물로 탄생했기 때문에 연구소에겐 의미가 큰 품종이기도 합니다.
수박시험장은 영농기술을 개발해 13년째 실시하고 있는 '명품수박 아카데미'를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농가간 영농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또한 주기적인 영농현장 컨설팅을 통해 농업인에게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농업인들이 돈을 번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우리 전라북도에서는 1기작 수박을 수확한 후 2기작으로 일반 수박을 심으면, 한여름 시설하우스의 45℃ 내외의 고온으로 인하여 중부지방의 일반수박에 비하여 상품성이 떨어져 농가의 소득이 낮았었는데, 이를 대체하고자 보급된 기술을 이용한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이 높아지고 있어 일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으신가요?
항상 재배 농업인들의 소득향상과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농업인과 영농현장에서 항상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추육종은 다 아시다시피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육종의 시작은 늦었지만, 파프리카도 고추처럼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유럽품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고기능성 탐색과 복합내병성 육종 등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또한, 농촌의 노동력 부족, 고령화 등에 대비하고, 품질향상을 위해 ICT를 적용한 수박 시설하우스의 맞춤형 스마트팜 개발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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