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규 전주시 부시장

주신(主神)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는 불이 인류의 문명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한 영장류, 즉 인간이 오늘날의 찬란한 문명을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은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불의 위협은 대부분 인간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5일 기준으로 국내 산불발생건수는 440건으로 최근 10년 평균 발생건수(296.6건)와 비교해 48.3% 증가했다. 산불피해 면적도 1607.7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중 입산자 실화나 영농부산물 소각, 담뱃불실화 등으로 인한 봄철 산불 발생 비율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전주에서도 지난해 7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는데, 모두 생활 쓰레기 소각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4월 말 기준으로 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산불감시단의 신속한 초기대응과 철저한 진화활동으로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산불은 한순간에 모든 것들을 앗아간다. 삶의 터전과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오랜 세월 가꾼 숲과 자연환경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든다. 산불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오존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숲과 나무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인간에게 큰 위협을 가져다준다. 게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약 개월 동안 이어진 호주 산불의 경우 연기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는 소식에서 보듯 때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이자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약 5개월 동안 이어진 최악의 산불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 면적보다 넓은 임야가 불탔고,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야생동물도 약 10억 마리가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금액만 약 80조 원에 이르고, 복구 기간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고성 등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산림 2832헥타르와 주택 584채가 소실됐고, 136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두 명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경북 안동과 고성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림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원천이자 인간의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하나의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십에서 수백년 동안 가꿔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주시도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과 내일의 후손들을 위해 ‘천만그루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 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어 가꾸는 이 프로젝트는 전주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숲과 나무는 꾸준히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고 보호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나 하나의 사소한 실수가 산불로 이어져 수백 년 간 가꿔온 생명의 원천이자 삶의 터전인 산림을 망가뜨리게 해서는 안 된다.

 ‘산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봄은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여서 예방과 감시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주시도 최전방에서 산림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150여명의 산불감시단과 함께 산불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고 있다. 입산 또는 등산 시에는 라이터와 담배 같은 화기와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고, 산불로 옮겨갈 수 있는 불법소각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작은 불씨를 발견할 시에도 큰 불로 번지지 않도록 즉각 신고하고, 신속한 초기대응과 완벽한 진화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큰 불을 막을 수 있다. 불을 다루는 것에서 시작된 인류의 문명은 결코 불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위험을 인식하고 예방에 힘쓴다면 지속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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