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얼굴은 한 번도 못 뵀지만,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개학이 연기된 지도 수개월 째. 스승의 날까지도 학생들은 교문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학생들은 아직 얼굴도 낯선 선생님들에게 문자나 SNS 등을 통해 마음을 전할 뿐이다. 메시지 곳곳에 등장하는 ‘얼굴은 못 뵀지만’, ‘아직 뵌 적은 없지만’ 등의 표현은 개학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스승·제자 간 안타까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학교를 막 졸업한 1학년 김모(16)양은 이날 장문의 문자를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보냈다.

그는 “매일 올라오는 강의들을 보면 선생님들이 몇 번씩 반복해 녹음하시는 등 노력하신 흔적이 엿보였어요. 선생님들의 정성에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싶어서 문자를 보내게 됐어요. 하루 빨리 얼굴을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15일 찾은 전주시 서신동 한 고등학교. 등굣길은 일찍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에 학생들의 모습까지 씻겨나간 듯 했다. 5월 이맘때면 각종 행사를 맞이한 학생들로 활기 넘치던 교정은 ‘텅’ 비었다. 불 꺼진 복도를 수업 녹화가 진행되는 교실 창밖으로 새나오는 불빛이 홀로 밝혔다. 안에서는 교사 한 명이 핸드폰 화면을 보고 목소리를 높이며 교실의 적막을 깼다.

학생들은 없지만 교무실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본래 8시 30분까지는 출석을 해야 한다는데, 40분쯤에는 ‘학생이 아직 출석을 하지 않았다’는 연락에 다급하게 ‘모닝콜’을 보내는 모습도 연출됐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니 학생들과의 교감이 어렵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각 반 담임교사들의 책상 옆자리에는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학급 학생들의 얼굴이 주르륵 붙어있었다. 학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하겠지만, 첫 부임·첫 담임을 맡은 교사들의 얼굴에서는 언뜻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1학년을 담당하고 있는 A씨는 “오늘 몇몇 학생들이 문자로 보내줬는데, ‘선생님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이라는 얘기가 붙어있었다”며 “배정되기도 전 오리엔테이션 때 아이들을 본 게 마지막 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역시 1학년을 맡고 있는 B씨는 “처음 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위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해뒀는데 하나도 진행을 못했다”며 “추이를 봐 결정되겠지만 차라리 3학년만 등교를 시키고 1,2학년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음 주부터 대면 수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여부도 교사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3학년을 맡고 있는 C씨는 “학생들에 따라서는 선생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도 있다보니 개학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서 안전한 환경에서 학생들과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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