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20일 고3 등교수업을 앞두고 학사운영 방안을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등 학교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야자) 시행 여부를 학교에 맡긴 것도 거론한다.

19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하는 등교시간, 급식시간, 쉬는 시간 등 학사운영 예시를 제시한 뒤 ‘학교별, 지역별 여건에 따라 학교에서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학교 현장에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전달 받은 학사운영 예시는 교육부 지침과 다를 바 없고, 사실상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 의견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건 비상 시 학교에서 책임지란 말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지역에 맞는, 학교급별 학년별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앞서 발표했다.

고창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침이 너무 많고 다 따르기도 불가능하다. 학교에서 확진자라도 나와 봐라. 학교 방역지침 위반 여부부터 파악해서 잘잘못을 따질 거다. 학교 부담이 너무 크다”라며 “이건 자율권도, 학교자치도 아니고 책임 회피고 떠넘기기다. 교육부 내용을 지역에 맞게 조정하지 않을 거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도교육청이 조사한 학교별 학사운영 현황(미정)만 봐도 그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고교 133곳 중 수업시간 5분 단축, 원격수업 병행, 학급 분산 식으로 수업운영방식을 조정하는 학교는 75곳, 조정하지 않는 학교는 58곳이다. 조정하는 부분도 제각각이라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

더 큰 문제는 방과후수업과 야자를 병행하는 고등학교다. 입시와 맞닿은 학교급 특성상 대부분 학교가 두 수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등교도 더 미루자는 시점, 도교육청이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까지 학교에 열어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차원 방과후수업과 야자 지침은 없고 전북교육청이 두 수업 운영을 사실상 허용(등교수업 재개에 따라 단위학교별 형편에 맞게 운영)했다.

전주 한 고교 교사는 “학교를 가네 마네 하더니 모든 걸 다 허용했고 학교 책임은 그만큼 커졌다. 초등 방과후학교도 한다던데 이게 참학력인가”라며 “개학 뒤 확진자가 나온 싱가폴과 프랑스도 있지 않나. 조금 더 천천히, 신중하게 허용했다면 좋았겠다. 교육청이 제한선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학교 스스로 무리하면 안 될 거 같다”고 전했다.

전북교육청이 지역과 학교급별 특성에 맞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전북도 특성상 과밀학교도 있고 소규모학교도 많으니 일괄적인 지침을 줄 수 없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니다”라며 “교육부에서 방과후수업과 야자 시행 여부나 시기는 전달하지 않았다. 학습공백 장기화로 학습 보충이 필요하단 여론이 있었다. 단 학교별 형편에 맞게 운영하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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