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이름을 착각했지? 2월에 한 번 만나서 얼굴을 다 익히지 못했지만 차차 알아가자.”

전국 고3이 등교수업을 시작한 20일 오전 8시 20분, 전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 3학년 3반에선 오랜 원격수업으로 학생 이름을 혼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건강하게 돌아온 31명의 학생들은 까르르 웃으며 화답했다.

송규순 담임교사는 “마스크를 내려서 선생님 얼굴을 보여주고 싶고 여러분 얼굴도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쉽다”며 “(원격수업이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잘 따라와 줘 한편으로는 뭉클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송 교사는 “불안감은 여전하나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서 열심히 하면 의미 있는 고3이 될 것”이라고 북돋았다.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저만치 떨어져 앉고 방역지침상 많은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그럼에도 친구들을 만난 들뜸과 설렘이 교실을 가득 메운다.

대학입시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감도 드러난다. 당장 다음날(21일) 4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치러야 하는 등 등교가 80여일이나 미뤄져서다.

이 반 탁은영 학생은 “자리를 떼어 앉아 친구들과 소통하기 어렵지만 얼굴을 보니 좋다. 거리는 멀지만 마음은 가깝다”고 털어놨다.

이어 “수시를 준비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내신고사, 대회, 동아리 활동을 준비하지 못했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다보니 집중이 잘 안 됐다. 학교에 왔으니 나아질 거다”라며 “오자마자 학평을 본다고 하니 마음이 급하지만 EBS온라인클래스로 꾸준히 공부하긴 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20분까지 이어진 등교시간 마주한 교사와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현관 저만치부터 곳곳에 선 선생님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어서 와라”라는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친구들과 거리 두고 한 줄로 들어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은 바닥에 붙은 발모양 안내판을 따라 한 줄로 걸어오며 교사들과 주먹인사를 나누거나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손소독제를 바른 뒤 체온을 확인하고 교실로 향했다.

등굣길에 만난 원서영 학생은 “오랜만에 학교에 가려니 가기 싫기도 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급식도 따로 먹어야 하는데다 코로나19가 더 퍼질지 모른다니 걱정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오늘 날씨도 좋고 친구들 만날 생각하니 설렌다. 이제라도 학교에 왔으니 학교체계에 적응하면서 대입 준비도 열심히 할 거다”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 대입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3학년 1반 담임교사이자 3학년 부장인 강명희 선생님은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1학기는 매우 중요한데 등교를 연기했다. 학교에 와도 거리두기로 수시 전형에 필요한 여러 활동이 제약되기 쉽고 기록도 빈약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하루 빨리 명확한 대책을 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전북에선 고교 133곳 3학년 1만 7천 874명이 등교했다.

특수학교 9곳 고3, 재학생 60명 이하 소규모 초등학교와 중학교 170곳과 80곳, 소규모 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 144곳 등 8천 200여명도 같은 날 등교 대상이다.

다른 학년도 순차적으로 학교에 간다. ▲27일=고2, 중3, 초1~2학년, 유치원▲6월 3일=고1, 중2, 초 3~4학년▲6월 8일=중학교 1학년, 초 5~6학년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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