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 A씨는 코로나19 국면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준비하고 있던 공연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수입이 완전히 끊기면서 A씨는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틸 예정이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친다고 밝혔다. 근래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극단에서 다시 공연 준비를 시작했지만, 이태원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로 결국 5월 공연은 접은 상태다. 생활의 어려움을 느껴 예술인을 위한 긴급대출제도를 이용할까도 했지만, 어차피 빚이기 때문에 차라리 쓰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전했다.

문화예술계 숙원이었던 예술인 적용대상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공연과 전시 등 창작 활동이 취소되면서 도내 예술인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 내용을 톺아보면 피보험자에 대한 구직급여 요건을 9개월 이상으로 규정해 실효성이 뒤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전북문화관광재단 등에 따르면 전북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은 모두 1989명으로 집계된다.

이들 중 몇 명이나 고용보험의 혜택이 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 추산에 따르면 전국 7만9176명의 예술인 가운데 5만명 정도의 예술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예술인은 고용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아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예술인도 코로나19, 사스 등과 같은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일거리가 끊겼을 때 생계보장과 재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출산과 유산, 사산으로 인한 출산전후급여도 받는다. 예술인의 활동 특성을 반영해 임금근로자와 달리 소득감소로 인한 이직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시행일도 공포 후 1년에서 6개월로 당겨져 이르면 올 11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인 예술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씨는 “메르스, 사스가 유행했을 때는 체감하지 못했던 생계의 위협을 이번 코로나19로 겪어봤다”며 “상반기 공연은 모두 날아간 상태에서 암담했는데, 이렇게 국가가 나서서 고용보험을 들어준다고 하니까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전 24개월 동안 고용보험 보험료를 내면서 일한 기간이 9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9개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당장 생계가 급한데 고용보험 가입이 11월부터나 적용되고, 9개월 이상 가입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게 속이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업계가 전반적으로 영세해 사업주가 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느껴 공연료를 줄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도내 한 문화예술관계자는 “예술인들이 소속 없이 활동해서 고용보험이 없는데, 국가에서 나서서 보험을 들여준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며 “몇몇 문제점들이 노출된 만큼 실효성을 갖춰 도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