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삼천동에 사는 주부 오모씨는 지난 18일 중학생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발송한 농산물 꾸러미를 받았다가 적잖이 실망했다.

쌀과 잡곡, 시금치 등 다양한 구성으로 채워져 있는 농산물 꾸러미였지만 버섯 등 일부 품목이 물러서 도무지 먹을 수 없는 상태였던 것.

익산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주부 이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먹일 생각으로 열어봤던 농산물 꾸러미의 채소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양파는 물러터져 다 버릴 수 밖에 없었고 감자는 싹이 나 반 이상 잘라내 먹어야 했다. 이씨는 "지역에서 아이들을 생각해 준 농산물이라 기쁜 마음으로 먹고 싶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맘이 좋진 않다"며 "좋은 의도로 받은 만큼 서운하다는 말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라북도와 전라북도교육청이 협력사업을 통해 전국 최초로 추진한 '학교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지난 22일 764개교 18만 명에게 농산물 꾸러미가 모두 배송이 완료되면서 잠정 마무리됐다.

그러나, 일부 가정에선 상태가 좋지 않은 농산물 꾸러미를 받게 되면서 아쉬운 점을 남기기도 했다.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이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된 데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고 학생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진행한 이번 사업은 쌀과 잡곡을 기본품(2kg)으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14개 시군의 실정에 맞게 친환경 신선농산물과 가공품으로 구성해 지난달 28일부터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배송했다.

아이 1명당 1꾸러미(3만2천 원 상당)을 지원한 이번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58억 원에 달하며 도와 시군이 50%, 전북교육청이 50%를 부담했다.

도는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만큼 원활한 배송을 위해 택배사의 일일 배송 가능 능력을 점검하고 전담 택배사를 선정해 꾸러미 생산과 배송능력을 감안해 학교별로 배송일정을 정해 순차적으로 배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송 시기였던 5월 초~중순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분기가 많은 채소류를 중심으로 빠르게 상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지역 커뮤니티에 곰팡이 핀 방울토마토 꼭지나 물러버린 송이버섯과 콩나물 사진 등을 올리며 농산물 꾸러미 상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최선의 방법으로 꾸러미를 전달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생긴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제품별로 최적의 보관방식이 달라 배송시기를 조절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런 상황이 생겨 안타깝다"며 "광범위한 배송이 이뤄지면서 전수조사도 쉽지 않은 만큼 향후 사업에 이러한 부분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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