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숙 국민연금공단

 

가끔 TV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본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골목식당을 코칭해서 변화를 꾀하는 프로그램인데 백종원의 역할이 대단하다. 물론 TV프로그램이니 어느 정도의 연출은 있겠지만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백종원만의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숨어서 지켜보는 김성주 아나운서와 같이 시청자도 안방에 앉아 백선생의 코치를 받는 마스터 클래스 효과를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식당주인에게 1:1로 하는 코칭을 보면서 각자 자기의 처지나 상황을 생각하며 힐링이 되기도 하고 각오도 다지게 된다.
 얼마 전에는 수원의 한 떡볶이집 아주머니에게 코칭을 하고 있었다. 코칭으로 손님이 늘었지만 손님 때문에 지친 주인아주머니의 무기력한 태도가 문제였다. 우울하기까지 한 표정에 백종원의 돌직구 코칭이 꽂혔다. 장사를 대박 성공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하루 매출이 조금 더 오르면 좋겠다고 대답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대답에 백선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난 번 하던 가게가 망해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당히 현상유지만 하려고 하는 무기력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었다. 백 코치의 송곳질문이 이어지자 주인아주머니는 옛날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자꾸 우울하다고 대답하며 급기야는 눈물까지 흘린다.
 백 코치는 “옛날 기억을 가득 담고 있으니 새로운 게 들어갈 데가 없다. 과거를 잊고 새로운 결심으로 의욕적으로 장사를 해야 빚도 갚을 수 있을 텐데. 주인이 그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손님이 들어오고 싶겠느냐?” 라고 지적하며 “장사는 손님을 환대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맞이해야 하는 것인데 주인이 우울하면 가게 전체가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된다. 영업이 잘 될 턱이 없다.” 라고 가차 없는 직언을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내 마음이 우울하고 괴롭더라도 다 감추고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대하고 접대를 해야 한다.” 라고 하니 주인아주머니는 백 코치와 눈도 못 마주치고 눈물만 흘린다. 과거 실패의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적용될 조언이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이 밝은 얼굴과 긍정적 생각을 해야 집안에 밝은 기운이 들어온다. 회사에 나가면 신경 쓰이는 일도 많다. 어떤 날은 질책을 받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아 승진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거래관계에서 실수해서 큰 손실을 입고 위기에 처하게 된 때도 있다. 또한 동료나 상하관계에서 인간적 모멸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겪고 집에 들어오면, 우리는 지치고 힘들어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그 순간부터 온 집안의 공기는 싹 가라앉는다.
 집에 있는 주부가 우울한 상태이면 그 기분은 가족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게다가 식구 중에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상시 우울한 분위기가 집안에 가득 찰 수도 있다. 이 때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며 애써 큰 소리로 “다녀왔습니다!”하고 외치면 우울함에 빠져있던 주부도 정신을 차리고 “어서 오너라! 오늘은 어땠어?” 하며 밝은 얼굴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 힘들었지만 집에 있던 가족이 환한 얼굴로 맞아주면 괴로움이 한 순간에 싹 날아가는 효과도 있다.
 아픈 사람이 집에 있더라도 애써 웃고 농담을 하다보면 환자도 따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자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조심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배려가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우울한 기분이 모든 식구들에게 전염되는 것과 마찬가지고 밝고 활기찬 에너지도 온 집안을 금방 온기로 가득 채운다.
 흔히 사람들은 집을 힐링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려고 한다. ‘가족은 편안한 관계니까 내 기분을 이해해주겠지’ 하는 심정이다. 물론 가족은 기분을 풀어주고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가족 간에도 서로 상처를 줄 수 있고 우울한 기분을 전이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기분을 감추고 애써 즐겁게 대하다 보면 상대도 밝고 활기차게 맞아준다. 이런 식구들의 반응을 보며 어두운 기분을 날려버리는 방법을 쓰면 좋다. 돈을 벌기 위해 생면부지의 남에게도 방긋방긋 웃고 친절하게 환대하는데 내 가족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가족을 내 최고의 고객이라 생각하고 대하면 마주 오는 환대가 나의 우울과 괴로움을 날려버린다. 집은 내 인생의 영업장이요, 가족은 나의 최고 VIP고객이라고 생각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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