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은 만세의 공론!

태조가 사초(史草)를 보려고 하자 사관들은 만세의 공론이므로 왕이 보아서는 안 된다고 반대한다. 왕이 사초와 실록을 보게 되면 역사를 공정하게 기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이러한 조선의 정신이 만들어낸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대부터 철종 대까지 25대 472년간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천문ㆍ풍속ㆍ예술 등 조선사회의 제반 모습을 총망라하여 기록한 방대한 역사서다.

1973년 국보 제151호로 지정됐고, 1997년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어진박물관(관장 이동희)에서 이러한 실록의 위대함에 초점을 맞추어, 조선왕조실록 복본 완간 특별전 ‘만세의 공론, 조선왕조실록’ 전시를 지난 29일부터 8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전주시와 문화관광부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여년에 걸쳐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을 펼쳤다. 전주사고본 태조실록부터 명종실록까지 614책, 태백산사고본 선조실록부터 철종실록까지 588책, 총 1,202책을 완간했다.

이번 전시에서 실록 복본 전권을 책장에 담아 전시한다. 조선왕조실록의 위대함을 말할 때 결본이 없고 분량의 방대함을 꼽지만, 실록 전체를 보여주는 전시는 이제껏 없었다. 실록이 세계유산으로 수장고를 떠나서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위대함을 논할 때 방대함과 함께 공정성과 객관성 또한 빠트릴 수 없다. 태종이 사냥을 하다가 말에서 떨어지자 이를 사관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였는데, 태종의 이 말까지도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사례로 태종실록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조선후기 당쟁의 시대에 집권세력이 교체되면서 실록을 개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선조, 현종, 경종대의 경우 처음에 펴낸 실록이 있고, 그 뒤에 개수한 수정실록이 있다. 숙종실록은 각 권말에 부록으로 개수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실록을 개수해도 이전의 실록을 폐기하지 않고 같이 보존하였다. 역사기록을 중시하는 조선의 정신이요 실록의 위대함이다. 이번에 이러한 실록과 수정실록도 같이 전시된다.

이동희 관장은 “실록 전체를 보여주는, 처음 시도하는 전시로, 그 방대함을 비롯해 실록이 왜 위대한지를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어진박물관은 전주 경기전 경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코로나 19로 인해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사전예약을 해야만 관람할 수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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