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라는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나라와 조국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범적인 군인이 됐으면 합니다”.

완주 상관 출신의 4부자가 모두 같은 특기를 가지고 부사관으로 복무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그 주인공은 정재열 예비역 원사와 세 아들로, 지난 3월 셋째 아들인 정규현 씨가 하사로 임관하며 2대에 걸쳐 군 복무를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들 모두가 ‘탄약관리’ 특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들의 모습은 6월 ‘호국 보훈의 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아버지인 정재열씨는 지난 86년 입대해 이듬해에 부사관으로 임관한 이후 32년 간 군에 복무했다. 지난 2017년 명예 전역한 그는 대덕대학교 군사학부 국방탄약과 초빙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군은 제대했지만, 군 시절 가진 특기는 항상 그의 곁에 머물러 있다.

큰 아들인 규용씨는 2010년에, 둘째 아들인 규민씨는 작년, 그리고 막내인 규현씨는 올해 부사관으로 임관됐다. 각각 임실과 강원도, 경북 등지에 흩어져 복무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군인’, ‘부사관’, ‘탄약관리’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1년, 2년 복무할수록 나라를 지키고 았다는 보람도 컸고, 무엇보다 체질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 재열 씨의 말이다.

오랜 기간 한 가지 특기(탄약관리)를 지니고 근무하며 세아들도 동일한 길을 걷게 된 정 예비역 원사는 자신과 아들들이 근무한 분야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군인은 곧 무기’인데 무기에는 ‘탄약’이 필수적이어서다.

그는 어떤 계기로 형제들이 같은 특기를 가지고 복무하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뿌듯한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첫째 정규용 중사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군인이 될 것을 목표로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스무 살 되던 해 가을에 군복을 입었다. 당시의 정 중사는 ‘군인을 목표로 했으니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어했다’고 정재열 씨는 전했다.

다른 두 형제도 군인을 꿈꾸게 된 것이나 ‘탄약 관리’라는 길을 함께 걷게 된 것 역시 우연은 아니다. “앞선 형제가 끌어주고 그 뒤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히 서로의 롤 모델이 된 것 같다”는 게 정재열 씨의 설명이다.

32년간 복무한 그는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언제든 전시가 되면 ‘나’를 버릴 수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는 한편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같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단체이고 군인”이라며 “그런 단체의 힘으로 나라를 수호한다는 점에서 아들들이나 다른 학생들, 현재 군 복무중인 장병들도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역 후 민간인이 됐음에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어려운 길이지만 따라와 준 아들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한편, “자신을 믿고 군인의 길로 들어온 만큼 앞으로도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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