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간의 잔인함이 어디까지 인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 속에 몰아넣은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거짓말을 한다며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 속에 가둬 끝내 숨지게 한 계모 사건의 공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경남 창녕에서 9살인 초등학교 여학생이 얼굴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손에 화상을 입은채 발견돼 경찰이 계부와 친모의 학대혐의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쯤 창녕 한 거리를 헤매다 구조된 이 여학생은 눈에 큰 멍이 들어있고 손가락 일부는 화상으로 인해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지졌다고 말했고 급하게 도망쳐 나온 듯 성인용 슬리퍼를 신은 상태인 것을 시민이 발견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부모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학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9살 아이들이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하고 손가락을 지져 화상을 입힐 수 있는지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사건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들 부모가 그저 제정신이 아니겠지 하며 애써 무시하고 싶을 만큼 당시 상황을 듣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몸서리 처지는 정신적 고통과 공분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행될 수도 있는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유치원이나 보육원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에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가정에서 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아동들이 부지기수 일수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다. 그저 세상이 즐겁고 한없이 밝은 줄만 알고 지내고 또래들과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 들을 부모의 잔인한 학대에 목숨 잃게 하는 현실은 참으로 인정하기 싫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참혹한 아동학대를 언제까지 이렇게 두고 봐야 하는가. 복지 안전망은 촘촘해지고 있다는데 아동학대는 늘어만 가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 벌써 몇 번째인가.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나 상담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은 이게 제대로 되지 않기에 사태는 커지고만 있다. 사전에 막지 못하겠다면 강력한 처벌을 위한 법 개정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훈육을 빙자한 폭력에 이제 더 이상 관용이 있어선 안 된다. 관용이 어린이들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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