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 하겠다’며 한국을 적으로 지칭하고 남북 연락채널 모두를 차단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을 비롯해 군당국간 통신선, 2년 전 설치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청와대·노동당 중앙위원회를 연결하는 직통전화까지 모두 끊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응분의 조처를 취지하지 않을 경우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지 5일만이다.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대치 국면에 접어든 것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여전한 대북제제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주민들의 시선을 돌리고 내부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신념처럼 유지해왔던 대북 화해와 포용정책을 북한은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닌 ‘적’으로 까지 규정하고 나섰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관계는 개선돼야 한다는 우리의 기본정책과 국민적 바람을 군사적 긴장고조를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려는 북한의 이중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적대행위 중지를 명기한 군사합의서 파기를 예고한데 이어 단계별 ‘대적 사업’ 계획들도 심의하고 있음을 밝혔다. 전략적 도발을 앞둔 분명한 경고일수도 있기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으로 지금까지의 우리대북정책을 이젠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껏 북한에 대해 취했던 참으로 많은 양보와 인내와 감싸기가 결국은 모든 것 내주고도 저자세로 끌려 다닌 것에 불과하단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철저히 당한 꼴이 됐다. 도발을 하고도 당당하고 도움을 받고도 큰소리 쳐온 북한을 언제까지 품안에 두려하는가. 북한에 대해 정당성을 강조하고 원칙을 내세운들 이들이 받아들이겠는가. 일단 북한이 ‘적’으로 돌린 요인 제거를 위한 노력과 함께 분명한 잠재적 위협인 북한에 대적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을 확실한 대비책을 세워야한다. 한국도 이젠 변해야 할 때가 됐다. 정말 진지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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