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전주 팔복동 한 노상. 길가 한 켠에는 꽉꽉 들어차 테이프로 입을 다문 100ℓ들이 쓰레기봉투들이 쌓여있었다. 헝겊으로 가득 찬 쓰레기봉투는 양 손으로 들기 버거울 뿐 아니라 들썩도 하지 않았다. 습기를 머금은 날씨에도 불구, 먼지가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곧 쓰레기 수거차량이 도착하고, 미화원들이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나르기 시작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탓에 환경미화원들의 얼굴에는 송글송글 구슬땀이 맺혀 흘렀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도 바삐 움직이는 손길은 막지 못했다.

이날 수거를 위해 나온 한 환경미화원은 “이렇게 묵직한 봉지를 들다 자칫 잘못하면 허리를 삐끗해 일어설 수 없을 때가 있다”며 “이 때문에 허리는 물론이고 손목과 어깨 등 관절에 무리가 가 병원 신세를 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미화원들에 따르면 팔복동 한 구간에서만 하루 100여개 가량의 100ℓ들이 쓰레기봉투가 회수된다. 사업장 등이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곳에서는 보통 한 번에 3톤가량의 쓰레기를 회수한다. 하루에 2회에 걸쳐 회수작업을 진행하니 총 6톤가량을 들여오는 셈이다. 대부분 봉투 값을 아끼려고 꽉꽉 눌러 담다보니 쓰레기봉투 마다 작은 봉투에 쓰레기를 담은 혹이 덧대지고 있다. 35㎏를 훌쩍 넘는 경우도 부기지수라는 게 미화원들의 설명이다.

이날 나온 미화원 김모씨는 “똑같은 크기라도 무게가 확 늘어나면 혼자서는 도저히 들지 못해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며 “같이 일하는 동료의 나이가 젊은 편이라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중에서도 가장 미화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가뜩이나 커다란 봉투에 헝겊류나 철가루 등 묵직한 쓰레기들을 빽빽이 집어넣는 경우다.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따라 무게도 크게 달라지는 편인데, 제법 무게가 나가는 쓰레기들이 눌러 담아져 있으면 그만큼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내용물에 대해 알 수 없다보니 종종 김치 따위 음식물이 있어 옷을 버리거나 깨진 유리병 등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잦다고 미화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나온 또 다른 미화원은 “일전 유리병이 든 것을 모른 채 봉투를 옮기다 몇 바늘 꿰맨 적이 있다. 다른 동료도 비슷한 일로 20바늘가량 꿰매기도 했다”며 “보통 비슷한 곳에서 같은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어디에서 어떤 것이 나왔는지 기억해뒀다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 등에 따르면 환경미화원들의 건강 등을 이유로 전주지역에서는 올 4월부터 100ℓ들이 쓰레기봉투 제작을 중단했다. 전주시내에서는 현재 매월 14만 5000장 가량이 소모되고 있어, 기존에 제작한 100ℓ들이 봉투는 3~4개월 이내로 소진될 전망이다.
현재 도내에서는 8개 시군에서 100ℓ들이 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지난 4월 조례를 마련해 이후로는 100ℓ들이 쓰레기봉투의 제작을 중지한 상태다. 군산시는 올 하반기 쓰레기봉투 생산 중지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쓰레기봉투의 경우 기존의 수요도 있다 보니 지역 주민과 어느 정도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등, 갑자기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규격을 하향하기 위해 관련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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