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같은 더위도 견디기 힘든데, 더위를 피할 곳도 없어 막막하지.”

15일 전주시 서서학동 한 주택. 낡고 허름한 외관에 흙으로 지어진 이 집은 정 할머니(92)가 50년 간 보금자리로 지낸 곳이다.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로 인해 할머니의 3평 남짓한 방은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정 할머니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해마다 부채 하나로 폭염을 견뎌온 할머니는 방 한 켠에 세워진 선풍기를 꺼내왔다.

할머니는 “작년 여름에 선풍기가 고장 나 부채로 겨우 더위를 견뎠다”며 “초여름부터 기승부리는 더위로 인해 올해는 더 고생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도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와 새로 선풍기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여름부터 시작된 폭염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할머니를 더욱 힘들게 했다.

작년만 해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았던 복지관이나 무더위 쉼터, 경로당 등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두 폐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 할머니는 무더위를 피하는 장소와 지인들과 만남의 장소까지 모두 잃은 셈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씩 복지관에서 찾아오는 노인 돌보미와의 담소가 정 할머니의 유일한 낙이다.

정 할머니는 “너무 더워 못 견디는 날에는 복지관을 찾아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는데, 코로나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서만 여름을 나게 됐다”며 “더위도 더위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지인들과 만날 수 없다는 외로움이 더 크다”고 자조했다.

이처럼 초여름부터 에너지 빈곤층들은 폭염과 고립된 생활로 인한 우울증마저 호소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정 할머니와 같은 에너지 빈곤층은 도에 3만 5496세대가 있으며, 전주시에는 9500여 세대가 있다.

이들 모두 대부분 고령 인구로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북도 등은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통해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냉방기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재난 도우미를 통해 폭염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속에 폭염으로 이중고를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무더위 쉼터 운영에 관한 방역수칙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7명으로 집계됐다./장수인 수습기자·soooin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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