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미술전공인데 수업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실습도 못하고 있는 것 같나요. 그런데도 대학은 등록금을 전부다 받는다고 하네요. 틀림없이 실습비 등은 사용하지 않았을 터인데 너무한 처사인 것 같아요”. 청주에 있는 대학에 딸을 보내고 있는 전주 한 학부모의 말이다.
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대학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학생들은 등록금의 일부라도 환불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2학기 등록금을 감액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학들은 재정 여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고, 교육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모른 체 하고 있다. 건국대의 이번 등록금 일부 반환 결정은 대학 당국이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 본부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등록금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총학생회와 8차례에 걸쳐 등록금 반환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한다. ‘환불성 고지 감면 장학금’ 지급으로, 아직 환불 총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목받을 만하다.
일부 대학에서 특별장학금이나 쿠폰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학습권 손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등록금을 돌려주는 건 처음이다.
그렇다면, 전북지역 주요 사립대학들은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 지 궁금하다. 결론은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다.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데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사안을 시급하게 결정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이유로는 ‘등록금 반환에 대한 부분은 따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요구를 더 들어봐야 겠다’,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록금 반환을 곧바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실제 강의를 대체할 수 없다며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글을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꾸준히 게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손실의 책임을 전적으로 대학에 물을 수는 없지만,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고는 보기에는 여전히 물음표(?)다.  교육부의 태도도 문제다. 등록금 반환은 특정 대학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인데도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만 되풀이중이다.
건국대의 결정에 다른 대학들도 심각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학생들과 대학이 머리를 맞대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교육부도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대학과 교육부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떠넘기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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