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라는 명제를 두고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차주하)은 학술세미나 ‘전라도와 경상도 춤문화권 연구’를 19일 오후 1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개최했다.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는 기조발제 ‘영남춤과 호남춤의 생태문화적 비교’를 통해 “‘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라는 명제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호남이 소리와 기악선율문화가 뛰어나게 발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춤이 저평가된 착시현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영남에서는 춤이 중심문화인 반면 호남에서는 소리가 중심문화인 것은 사실이나 호남지방 개인 종목인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배경을 살펴보면 호남 춤의 뛰어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이들 춤이 지닌 한국민족 대표적인 한의 정서에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문화재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흥겹고 끼많은 남성적 춤이 발달한 영남춤에 비해, 다소곳한 디딤새와 가녀리게 지숫는 여성적 춤이 발달한 호남춤의 정서가 한국적 미의식으로 높게 발현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형적인 기법이 발달한 영남춤에 비해, 내면적인 감성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심금을 울려주는 호남춤의 춤격을 더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추을 받쳐주는 반주음악과 장단이 하모니를 이루어 호남춤을 화려하게 돋보이는 공연작품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해성 부산여자대학교 교수는 발제 ‘영남춤의 위상’을 통해 “영남지역의 춤은 그동안 세월의 흔적 속에서 기방춤을 중심으로 한 예술춤과 탈춤, 그리고 덧배기춤을 위주로 한 향토춤들이 서로 견인차적인 역할을 하며 발전해 왔다”며 “천녀역사의 신라문화와 가야문화가 토대인 영남지역의 춤들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전통문화이자 미래의 영남춤을 견인할 문화창조의 자원으로서 ‘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라는 명제를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갈 자산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기숙 교수는 발제 ‘영·호남춤 전승의 역사와 예술사적 의의’를 통해 영·호남 춤에 대한 정의, 영남을 제외한 기존의 전통춤 유파(경기류·호남류) 구분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기존 통용돼 온 전통춤 유파에 대한 인식과 통념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 ‘소리는 전라도, 춤은 경상도’라는 얘기가 적절치 않다”며 영·호남춤이 미래의 고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춤문화유산으로 남기 위한 세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영·호남춤의 원형과 정통성의 실체를 내면화하고 지역에 토대한 향토성 및 민족고유의 춤 미학을 올곧게 지켜나간는 예술정신을 들었다. 둘째, 영·호남지역의 소멸된 전통춤에 대한 발굴, 복원작업의 필요성이며 셋째는 영·호남춤에 대한 조사연구 및 아카이브화 등 학술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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