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차주하) 무용단(단장 여미도) 제29회 정기공연 ‘천변연가’가 26일 저녁 7시 30분과 27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렸다.

‘전주천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을 무용으로 담았다’는 전주천변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됐다.

창작 곡 없이 기존 음악을 사용했고 ‘아모르 파티’나 ‘청춘’, ‘봄날은 간다’처럼 잘 알려진 대중가요를 활용해 기존 무용단 정기공연과 큰 차이를 보였다. 

두드러진 특징은 전통무용이 양념처럼 사용됐다는 점이다. 전통무용은 남자 무용수의 솔로 등 몇 장면을 제외하고 볼 수 없었고 대부분 발레 등 타 장르의 무용이 무대를 뒤덮었다.

안타까운 점이 또 있다. 13장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다.

그나마 1장 ‘다시 봄이 오면’과 ‘연인과 소녀’ 등 초반부는 후반부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전주천에 사는 청동오리와 수달이 아무 맥락도 없이 등장하고 ‘백일몽’에서는 심심한 공연의 간을 맞추는 듯 온갖 음악과 무용이 양념 수준으로 등장하면서 기대는 무너졌다.

백번 양보해 13장을 개연성 있게 묶을 수 없었다면 각 장마다 완성된 이야기 구조가 있어야 함에도 제대로 이야기가 구성된 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존 무용 공연보다 나은 점은 하나, 영상이었다. 반딧불과 버드나무 등 천변의 이미지를 처리한 영상은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야박하게 평가하면 대본도, 무용도, 음악도 어느 하나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공연이었다.

특히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전통을 뒷전에 둠으로써 정체성 논란을 자초한 것도 앞으로 두고두고 곱씹어 볼일이다.

도립무용단은 민간 무용단이 아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혈세’가 사용되는 단체다. 전통문화예술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융합과 퓨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각 장르가 자기 무용에 대한 깊은 뿌리를 유지한 채 협업하고 융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 민간단체 흉내 내는 수준의 작품으로는 국악원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명해줄 길이 없다.

‘천변연가’는 혈세 1억 6000만원을 투입된 작품으로 지난해부터 작품 구상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미도 단장 취임 이후 최근 3년간 도민들에게 선보인 ‘모악정서’와 ‘장수가야’ 그리고 이번 ‘천변연가’까지.

올바른 주제의식, 좋은 소재, 훌륭한 인적 구성을 담아내는 고민과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안타깝지만 무용단이 현재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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