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정읍 무성서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서원 9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1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은 특별전 ‘서원, 어진 이를 높이고 선비를 기르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9개 서원 및 주요 박물관의 중요 문화재를 한 자리에 모아 서원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우수성을 보여주고, 조선시대 대표 교육기관인 서원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를 이끈 지도자인 선비의 정신을 조명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가가 서원에 내린 사액현판, 각 서원에서 모신 대표 유학자의 초상과 그들의 정신이 담겨있는 유품, 서원 입학과 교육 과정, 후배 선비들이 서원을 방문하여 남긴 그림과 글, 책과 책판을 보관한 서원의 보물창고 장판각, 만인의 뜻을 모아 왕에게 전달한 선비들의 사회 참여와 정신을 담은 만인소, 현재까지 이어지는 서원의 제향 의례 등 서원과 선비에 관한 종합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선비의 고장 전주에서 서원과 조선 선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이다.

그런 만큼 전시 유물도 평소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중요한 유물인 국보 2건, 보물 19건을 모았다.

국보는 ‘안향초상’(국보 제111호, 소수박물관 소장), ‘송시열 초상’(국보 제23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 2점이다.

보물은 ‘계상정거도’(보물 제585호,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해서 류성룡 종가 문적(보물 제160호), 류성룡 종가 유물(보물 제460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제485호),  강세황 필 도산서원도(보물 제522호), 구인록(보물 제524호), 이황 필 선조유묵첩(보물 제548호), 이언적 수고본 일괄(보물 제586-1호), 필암서원 문적(보물 제587호), 주세붕 초상(보물 제717호), 중종 유지(보물 제1473호), 퇴계선생문집 책판(보물 제1895호) 이다.

조선시대 서원은 사립교육기관이다. 조선시대 국가는 국립교육기관 성균관, 사부학당, 향교를 설치하여 교육하였고, 지역의 선비들은 사립교육기관인 서원을 중심으로 학문 공동체를 형성하여 이상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국의 서원은 교육으로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지식인을 양성하고, 지역의 대표 유학자를 스승으로 삼아 제향을 하였으며, 지역사회의 공론을 만들어 갔다. 서원은 조선시대 지성의 요람이자 성리학 발전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각 지역의 교육과 문화, 여론의 구심점이었다.

한편 2019년 7월 10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 9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등재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달성 도동서원, 안동 병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논산 돈암서원이다. 유네스코는 9개 서원이 성리학의 범주 안에서 각 지역에서 상황에 맞게 저마다의 특색을 발전시키고 보존하였고, 이러한 특성이 성리학 개념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인정했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옛 선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던 소수서원의 취한대처럼 이번 특별전을 관람하며 아름다운 문화유산 서원을 느끼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 물질적인 성공보다는 소통, 나눔과 배려를 말하는 선비들의 정신을 떠올리며 잠시 쉬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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