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전주서학동사진관 김지연 관장이 기획한 ‘엄마의 작업’은 딸과 엄마의 일상을 주목했다.

전시에 등장하는 김정민 엄마, 박선자님의 토마토 농사, 최윤화 엄마, 시공례님의 동백꽃자수, 김지연 엄마, 최근희님의 성경필사. 이들의 ‘숭고한’ 일상은 20대부터 90대까지의 여성 생활사라 할 수 있다.

김지연 관장은 “예술은 그 근원이 종교적이던 유희적이던 일상성이던 예술 그 이상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좀 더 멋진 세상을 향하는 몸짓이 아닐런지. ‘엄마의 작업’ 그 일상성의 숭고함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익산에서 자수 공방을 하는 최윤화가 어머니의 자수를 품에 안고 달려왔다. “‘일흔이 넘으셨는데 늦게 딸의 어깨너머로 수를 배우더니 어느 날부터 자기만의 스타일로 수를 놓는데 꾸밈없고 소탈해서 신기하다.” 과연 그렇다. 시공례 님의 광목천 위에서는 불현듯 동백꽃이 피고 해당화도 웃음 짓고, 꾀꼬리도 울고, 앵무새도 교태를 부리고, 공작새도 멋진 꼬리를 뽐낸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엉뚱한’일을 하시는 엄마들을 위해서 시작을 했다.

디자이너인 김정민은 장수에서 홀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엄마를 도우러 매주 집에 간다. 엄마의 작업도 돕고 사진도 가르쳐드리면서 부끄럼 많은 엄마를 전시장으로 이끌어 냈다. 어쩌면 토마토 농사가 예술(?)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김정민은 사진을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해서 엄마의 사진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최근희 님은 구순의 나이에 매일 열심히 성경 필사를 해서 글씨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흐뭇해하신다. 두툼한 공책에 열두 권 째 필사를 마치는 중이시란다. 성경 암송도 잘하신다. 딸은 노래 가사 하나도 외지 못하는데 부러운 일이다. 본인의 필사 노트가 생전에 전시장에 놓이리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을 것이다.

전시는 작고 소소하고 다정하다.

‘엄마의 작업’은 1일부터 8월 11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다. 일, 월, 화는 휴관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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